|
권순우는 14일 비대면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출전에 큰 의미를 두려고 하지만 메달도 욕심이 나고 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투어 스케줄을 마치고 귀국한 권순우는 2020 도쿄올림픽을 위해 경북 상주시민운동장 테니스장에서 격리 훈련 중이다.
권순우의 상반기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프랑스오픈 3회전, 윔블던 2회전 진출 등 잇따라 개인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세계랭킹도 개인 최고 순위인 69위까지 끌어올렸다.
권순우는 “투어 다니면서 톱 랭커들이나 20~30위권 선수들과 경기를 해 보니 크게 다른 건 없었다”며 “이번에 테니스도 메달권에 근접해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 권순우 입장에서 불과 올림픽 출전은 꿈같은 얘기였다. 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의 경우 세계랭킹 상위 56명에게만 출전권이 주어진다. 최근까지도 70위권 밖에 머물렀던 권순우로선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앞 순위 선수들이 여러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서 권순우에게 기회가 왔다. 한국 테니스 선수가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이형택(은퇴) 이후 처음이다.
권순우는 올해들어 멘탈적으로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거나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끈질기게 따라붙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권순우는 “뒤질 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상대가 압박감을 느끼더라”며 “지고 있다고 포기하는 것은 프로가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전에는 실수하면 평정심을 잃곤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평정심을 잘 되찾는 것 같다“며 ”평소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즐겨 듣지만, 흔들릴 때면 차분한 발라드 음악을 듣는 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16강과 세계랭킹 50위권 진입을 목표로 세운 권순우는 훈련 상황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에 오랜만에 와서 숙소와 훈련장만 오가고 있지만 대한테니스협회 노력 덕에 자가격리를 면제받고 훈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대회를 준비할 땐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었는데, 국내에서 그런 고생 없이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의 엄격한 방역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권순우는 “엄격한 통제 속에서 투어 대회를 소화해왔고 매일 코로나19 검사도 받았다”며 “도쿄에서도 비슷할 것 같은데 큰 걱정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무관중 경기에 대해서도 “관중이 있으면 분위기 끌어올리는 데 좋지만 관중이 없으면 연습경기 하는 느낌으로 하면 된다”며 “나는 둘 다 좋다”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직 20대 초반의 권순우는 인터뷰 말미에 작은 메달 소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가수 세정과 배우 조보아를 좋아한다”며 “만날 수만 있다면 만나고 싶다”고 말한 뒤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권순우는 오는 18일 박승규 대표팀 감독, 유다니엘 코치, 김태환 트레이너와 함께 도쿄로 떠난다. 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1회전은 오는 24일과 25일에 걸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