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봉이가 삐삐쳤어요!’..음성메시지로 엿들은 유연석의 진심

  • 등록 2014-01-08 오전 11:04:46

    수정 2014-01-08 오전 11:06:15

유연석.(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 종방 후 밀린 인터뷰에 각종 일정을 소화 중인 유연석. 포상휴가도 포기할 만큼 바쁜 그에게 팬레터를 보냈다. 그로부터 2,3일이 지났나. 손에 연필 한 자루 쥘 새 없이 바빴다는 유연석은 음성 파일로 답장을 대신했다. “여기에 말하면 되나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난생 처음 해보는 ‘음성 인터뷰’에 긴장한 듯했다. 얼굴을 보고 인터뷰를 했다면 30분 넘게 이어졌을 대화. 그가 보내준 파일은 7분 남짓했지만 누구의 방해도 없이 그만의 목소리로 채워진 답장을 듣고 있자니, 조금 떨리기도 하더라. 마치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가 내 삐삐로 음성메시지를 보내준 느낌적인 느낌.

10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혼자 이야기한다는 게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연석은 지루함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갔다. 무엇보다 목소리에서 단단함이 느껴졌다. 숱한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비췄고 올해엔 MBC ‘구가의 서’에 등장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방송가에서 유연석을 표현하는 ‘만년 유망주’라는 타이틀이 좀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타이밍을 맞은 듯했다.

“유망주라는 말이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기 때문에 전 좋은 쪽으로 받아들였어요. 언젠가부터는 작품 제의가 꾸준히 들어왔고 ‘대박’이 나진 않더라도 유연석이라는 사람은 연기를 안정적으로 하고 캐릭터를 소화해 낸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요. 언젠가 빛이 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죠.”

유연석.(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응답하라 1994’는 그 빛을 밝혀준 촉매제였다. 사실 처음부터 서울 훈남 대학생이자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야구선수 칠봉이에게 ‘대박 조짐’이 쏠린 건 아니었다.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삼천포, 해태, 빙그레, 성나정, 성동일, 이일화, 쓰레기 등 각종 캐릭터의 향연에 칠봉이는 가려지기도 했다.

“쓰레기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사투리 쓰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은 건 사실이었죠. 하지만 그들 덕에 우리 작품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니까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사투리 캐릭터가 강하면 강할 수록 그의 반대된 제 모습도 부각될 거라 생각했고 칠봉이 캐릭터에 대한 믿음도 강했고요. 칠봉이 역시 많은 분들이 좋아할 거라 기대했지, 초조해하진 않았어요.(웃음)”

불안감은 없었다지만 ‘제로’였다면 거짓말이다. 워낙 칠봉이 캐릭터와 유연석이 닮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혼란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때마다 중심을 잡아준 게 신원호 PD였다.

“정말 신원호 PD님께 감사해요. 굉장히 많은 추억이 스쳐지나가네요. 말씀 하나하나가 배움이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에서 칠봉이는 저와 맞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게 연기인지, 아닌지, 오히려 표현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때 신원호 PD님이 ‘유연석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회가 지날 수록 저도 칠봉이에게 녹아들더라고요.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유연석.(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연석 스스로 칠봉이에게 가졌던 굳음 믿음, 칠봉이와 유연석의 일체를 끌어내준 신원호 PD. 이들의 조합을 언제 다시 볼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는 사그라들질 않는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칠봉이의 유행어처럼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니까’ 말이다. ‘응답하라 1994’가 ‘응답하라 1997’에서 이어졌듯, ‘응답하라 1994’ 역시 또 다른 ‘응답하라’ 시리즈의 다리가 돼 줄 것이란 바람은 여전하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신원호 PD님이나 이우정 작가님, 많은 스태프 분들. 언제든 다시 하고 싶어요. 정말 감사하죠. 그런데 칠봉이는 특히나 ‘응답하라 1994’ 에필로그에서 정유미와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를 열어뒀었잖아요.(웃음) 때문에 칠봉이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저도 궁금해요.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 작업하고 싶어요.”

유연석의 음성메시지에선 유독 ‘좋은 기회’라는 말이 등장했다. ‘응답하라 1994’와 함께 30대를 시작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거는 기대가 높기 때문일 터다. 어느 때보다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유연석은 정말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스스로를 다지는 데 집중할 각오다.

“지금 30대를 맞이하면서 제가 저에게 하는 가장 큰 약속은 중심을 잡자는 거예요. 30대의 시작에 너무 많은 관심, 사랑을 받았어요. 저는 앞으로도 똑같이 연기할 텐데, 주변에선 더 큰 기대, 조금은 달라진 시선으로 절 대하지 않을까 신경쓰이기도 해요. 그 부분을 의식하지 않고 했던 그대로 변함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흔들림 없이 변함 없이 최선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응답하라 1994’를 마친 유연석은 곧 영화 ‘상의원’으로 돌아온다. 조선시대 실제로 존재했던 의복 관련 기관인 상의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한석규, 고수, 박신혜 등과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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