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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정 작가는 OCN과 특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한예종 극작과 출신으로 2012년 OCN 초대 공모전 수상자다. 당시 성수대교 참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썼다. 사회적 이슈와 드라마를 결합시키는 정 작가의 뚜렷한 색깔을 읽을 수 있다. ‘구해줘’ 역시 그가 조금산 작가의 웹툰 ‘세상 밖으로’에 매료되면서 시작된 작품이다. ‘사이비 종교 드라마’라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연 정 작가를 만나봤다.
―본명 정신규 대신 필명으로 첫 드라마를 내놨다. 필명의 의미가 있나.
△필명에 대한 로망이 있다. 이도는 세종대왕의 이름 아닌가. 그 분의 뜻을 받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지었다.
―‘구해줘’ 기획·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1년 정도 준비했다. 대본 4부 정도를 친분이 있는 이재문 히든시퀀스 대표에게 보여줬다. 이 대표 역시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잠입 취재를 하진 않았지만, 시사 프로그램에서 사이비 종교를 자주 다뤘다. 꼼꼼하게 공부했다. 피해자 단체나 이를 연구하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아무래도 현실이 더 끔찍하다. ‘구해줘’는 드라마니까 시청자들이 주인공을 응원한다. 현실에선 그것조차 없다. 본인과 가족들만 싸워야 한다. 때론 왜 거길 들어갔느냐 비난당하기도 한다. 현실이 더 외로운 싸움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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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쉽지 않은 소재를 다룬 이유가 무엇인가.
△원작 자체가 워낙 좋았다. 원작에 매료됐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작가로서 원작을 풀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원작을 각색할 때 중점을 둔 대목은 무엇인가.
△원작은 긴장감이 살아 있다. 대사도 좋고 컷 연출도 영화적이다. 그런 부분들을 16부로 확장시킨다고 생각했다. 원작의 주제나 스릴러적인 긴장감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16부로 늘어나서 생겨난 공백을 채운다고 생각했다.
―원작은 청년 4인방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지만, 드라마는 구선원과 임상미(서예지 분) 가족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캐릭터와 사건 분배에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감정의 흐름이 가장 중요했다. 임상미 가족이 구선원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과 아이들의 사연이 충분히 쌓여야지 절실함이 살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감정을 살릴 것인가’에 집중했다. (인터뷰②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