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에 진출해 한국 테니스에 새로운 역사를 쓴 정현(58위·한국체대)은 27일 경기장 내 미디어센터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자신이 타고난 재질보다는 꾸준한 노력으로 오늘의 결과를 얻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 테니스는 1년 내내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꾸준한 몸 관리가 어렵다”며 몸 관리를 잘해 전날 호주오픈 4강전과 같은 기권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부분에서 더 성장해야 오늘보다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미래를 향한 의지도 밝혔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경기를 하면서 “왜 선수들이 이런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번 성적의 의미를 설명했다.
정현은 그동안 계속 물집이 있었다며 한국으로 가서 가장 먼저 할 일로 “건강에 관해 정확히 검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개인적인 생활과 관련해서는 “자동차 면허는 있는 데 무서워서 잘 못 타겠다”고 의외의 모습을 드러냈다.
또 “형(정홍)과는 치고받고 싸우면서 자랐고 터놓고 이야기하는 사이”라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실컷 먹고 싶다고 말했다.
26일 열린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준결승에서 발바닥 물집 때문에 기권한 그는 “그랜드 슬램 4강은 처음이다 보니 제 발도 그 한계를 좀 넘어선 것 같다”며 “한계가 넘어섰으니까 다음번에는 4강에 오더라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뒤 지인이나 팬들로부터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다는 그는 “답장을 최대한 해줬다”며 “연락처가 있는 친구들은 300개 정도 답장했고, 그 이상 넘어가는 것은 못 했다”고 털어놨다.
요즘 ‘갓 오브 블랙필드’라는 판타지 액션물을 태블릿PC로 보고 있다는 정현은 “너무 재미있어서 제가 책 때문에 잠을 늦게 자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에 불어닥친 ‘정현 신드롬’에 대해 그는 “진중한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고 그 속에서 약간씩 중간중간 센스를 돋보이려고 하는 모습도 좋게 봐주신 덕”이라며 “다음 일정은 발 상태를 회복한 뒤에 팀원들과 상의해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선수의 아버지 정석진(52)씨는 전날 4강전을 앞두고 아들이 전반적으로 다 좋아졌다며 “서브만 더 올라오면 좋겠다”라고 평가했다.
정씨는 또 4강전을 앞두고 아들에게 조언을 했느냐는 물음에 “(아들에게는) 지도자가 있으니 아무 말도 안 한다. 당연히 지도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정씨는 실업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모교(삼일공고) 감독을 지냈으며 현재 중고테니스연맹 전무이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