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 전 감독은 11일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가 열리는 목동야구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 2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때 뉴욕 양키스 구단으로부터 초청받았다”고 밝혔다.
양키스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얻어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양키스 구단에 머물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선 전 감독은 “양키스에서 스프링캠프 때 현장과 프런트를 자유롭게 미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했다”며 “어렸을 때부터 미국 야구를 접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야구 흐름을 알 기회가 것 같다”며 “많이 공부하고 배운 뒤 국내 야구 발전을 위해 다시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선 전 감독과 함께 자리한 스티브 윌슨 양키스 구단 국제 스카우트 총괄 책임자는 “선 전 감독과 같은 레전드가 우리 구단에 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그가 우리 구단에서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그가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제공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선 전 감독은 선수 시절 여러 차례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가 있었다. 1981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이끈 뒤 양키스를 비롯해 LA 다저스, 밀워키 브루어스 등의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선 전 감독은 “대학 졸업 후 프로가 아닌 실업야구 한국화장품에 간 것도 미국에 가기 위해서였다”며 “그런데 당시 해태 팬들이 반드시 우리 팀으로 와야 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프로에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선 전 감독은 1999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보낸 뒤에도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연봉 등 조건 등에서 이견을 보이자 결국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포기하고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선 전 감독은 “당시 메디컬 체크를 했을 때 어깨와 팔꿈치는 합격 판정을 받았다”며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메디컬 테스트도 필요 없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 과정에서 연봉 금액 차이가 있었고 집에도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다”며 “그때 가족을 설득해서 미국까지 경험했으면 지도자 생활하는데 더 도움이 됐을 텐데 미국 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 내겐 하나의 콤플렉스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선 전 감독은 이미 미국에서 구체적인 활동 계획까지 짜놓았다. 그는 “미국 선진야구는 선수들을 롱런하도록 어떻게 돕는지와 프런트가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지 관리 시스템을 보고 배울 생각이다”고 말했다.
선 전 감독은 지난해 11월 야구대표팀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한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활동을 하나둘씩 시작하는 모습이다. 오는 10월에는 직접 쓴 책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자서전이라기보다 야구선수와 지도자로서 45년간 야구를 해오면서 느낀 야구 철학을 담은 일종의 야구 경영서다”며 “기회가 된다면 선수 생활 동안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한 야구책(기술서)도 쓸 생각이다”고 밝혔다.
유소년 야구에 기여할 방법도 모색 중이다. 선 전 감독은 “예전엔 지도자들이 학교에서 월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모든 게 학부모 돈에서 운영되다 보니 힘든 운동을 시키기 어렵다”며 “지금은 학교에서 제대로 훈련을 못시키니 사설 아카데미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소년 야구에선 기본기를 충실히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감독이 소신껏 가르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최고 활약을 펼치는 류현진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선 전 감독은 “류현진의 제구력이 보다 제구력이 전보다 더 완벽해졌고 완급조절 능력도 탁월해졌다”며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을 보면 (많은 경험을 쌓은)할아버지가 던지는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