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단짝' 박정아-김희진, 마음고생 딛고 높이 날아오르다

  • 등록 2017-03-31 오전 9:13:18

    수정 2017-03-31 오전 9:14:50

IBK기업은행 김희진. 사진=KOVO
IBK기업은행 박정아. 사진=KOV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IBK기업은행이 창단 6년 만에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팀으로 발돋움한데는 ‘환상의 콤비’ 김희진(26)과 박정아(24)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2011년 기업은행이 6번째 여자배구 프로팀의 창단 멤버로 함께 했다. 이때부터 둘은 서로 없어서는 안될 버팀목으로 자리했다. 기업은행이 짧은 시간에 명문팀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핵심 주전으로 성장했다.

공교롭게도 둘은 이번 시즌 나란히 마음고생을 심하게 겪어야 했다.

박정아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때 대표팀 8강 탈락의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이자 일부 몰지각한 팬들이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SNS 등에 입에 담지 못할 테러 수준의 ‘악플’을 퍼부었다. 20대 중반의 젊은 여성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박정아는 올림픽을 마친 뒤 한참이나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시도때도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심지어 인터뷰 도중 올림픽 얘기가 나오자 울컥한 적도 있었다. 리우 올림픽은 그의 마음속에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하지만 박정아는 강한 정신력으로 심리적인 압박과 부담을 이겨냈다. V리그 개막을 앞두고 길었던 머리카락을 단발머리로 자리면서 결의를 다졌다. 정규시즌 내내 부상 선수로 인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기업은행이지만 박정아는 늘 그 자리를 지켰다. 중요한 고비마다 제 역할을 해주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김희진도 마찬가지였다.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팀의 가려운 부분을 항상 긁어줬다. 하지만 김희진도 정상까지 오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김희진도 시즌 중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월 올스타전에서 최순실을 패러디했다가 만만치 않은 역풍을 맞았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순수한 의도였지만 몇몇 팬들이 기업은행 홈페이지 등에 비난 글을 올리면서 문제가 커졌다.

논란이 확대되자 김희진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저는 정치에 아무 관심도 없고 비선 실세니 그런 것도 관심이 없다. 누구를 농락할 생각도 없었다. 나는 그냥 배구선수다. 학업에 충실하지 못할까 봐 아직 대학도 가지 않았다”고 해명하기까지 했다.

고비는 또 있었다.김희진은 챔프전 2차전을 마친 뒤 탈진해 쓰러졌다.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정밀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지만 그만큼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냈고 우승을 견인했다. 득점은 리쉘이나 박정아보다 적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 주공격수 러브를 블로킹으로 막는 수훈을 세웠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김희진과 박정아는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워낙 허물없이 친한 사이다보니 오히려 “손발이 오글거린다”며 부끄러워했지만 이내 진지해졌다.

김희진은 “서로 의지를 많이 한다. 이런 팀원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된다. 든든하다”며 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동생 박정아도 “희진 언니는 내가 화를 내도 잘 받아주는 언니다.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희진은 “힘든 만큼 기쁨은 그 이상인 것 같다. 이번 우승이 더 큰 의미로 와닿는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아도 “힘든 시즌이었지만 마무리를 잘해 기쁘고 행복하다.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어서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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