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당구여제' 김가영을 이끄는 한 마디

  • 등록 2023-10-24 오후 12:10:53

    수정 2023-10-24 오후 12:10:53

프로당구 LPBA에서 개인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한 ‘당구여제’ 김가영. 사진=PBA 제공
[일산=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당구여제’ 김가영(40·하나카드)이 좋아하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안 좋은 상황에 불평하지 않고 작은 희망을 찾아 승리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다.

김가영은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PBA-LPBA 2023~24시즌 5차 투어 ‘휴온스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다크호스’ 김상아를 세트스코어 4-1(11-4 10-11 11-4 11-4 11-3)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프로당구 출범 후 개인 통산 6번째 우승을 이룬 김가영은 최다 우승 부문에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캄보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김가영은 경기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물론 본인 기준에서다. 컨디션도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비마다 2점짜리 뱅크샷(당구에서 수구로 쿠션을 먼저 맞힌 다음 적구를 맞히는 일)이 빛을 발했다. 다섯 세트 동안 총 14개 뱅크샷을 터트린 김가영은 종전 김민아(NH농협카드)와 피아비가 세운 결승전 최다 뱅크샷(11개) 기록도 갈아치웠다.

세계 최고의 포켓볼 선수로 이름을 떨쳤던 김가영에게 3쿠션으로 전향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뱅크샷이었다. 포켓볼도 뱅크샷이 중요하지만 3쿠션만큼은 아니다. 특히 프로당구는 뱅크샷에 2점이 주어진다. 뱅크샷을 못하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김가영은 “원래 내가 뱅크샷을 잘 치는 스타일도 아니고 성공률도 높은 편이 아니었다”며 “오늘은 경기 흐름상 뱅크샷을 칠 수 밖에 없는 배치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쳤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사실 준결승부터 컨디션이 난조였고 스트로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오늘 나를 살린 것은 뱅크샷이었다. 정신력으로, 뒷심으로 승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가영은 이번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이자 약 9개월여 만에 우승을 맛봤다. 그렇다고 그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것은 아니었다.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거뒀다. 1차 대회 2위, 2차 대회 8강, 4차 대회 4강 진출을 이뤘다. 3차 대회에서만 64강에서 일찍 탈락했을 뿐이다.

김가영이 이처럼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힘은 ‘멘탈’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도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세밀하고 정교한 멘탈스포츠인 당구는 더 그렇다. 한번 삐걱대면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가영은 “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악조건이 생겨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신 잇몸이 있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 내가 가진 것을 다 쏟아부어 한 점 한 점 따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미 6번이나 우승을 했지만 김가영은 만족을 모른다. 결승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도 “우승은 했지만 막 기쁘거나 흥분되지 않는다”며 “솔직히 실수가 많았다”고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김가영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이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럽다”며 “몇 번의 우승보다 애버리지가 더 잘 나오고 기본 공에 대한 실수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 목표를 묻는 ‘뻔한’ 질문에 김가영은 깊이 고민했다. 그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 “그냥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려 한다. 내 안의 능력을 아끼지 않고, 다 꺼내서 쏟아붓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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