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을 너무 절실하게 잡고 있으려고 하지 마라. 밧줄을 놓아 봐라. 더 편해질 것이다."
정상호, 박경완, 허웅에 조인성까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던 SK 안방마님 자리. 앞길이 막막했지만 최경철은 김 코치의 조언대로 밧줄을 놓았다. 주전, 엔트리 진입에 대한 희망을 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내려놓은 건 마음의 부담과 압박이었다.
힘들었던 고비를 넘기고 다시 마음을 다 잡은 최경철은 이번 캠프에서 가장 많은 땀을 흘렸다. 훈련만이 자신의 살 길이었고 훈련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훈련보조들은 이번 캠프서 제일 열심히 훈련을 한 선수로 최경철을 가장 먼저 꼽기도 했다.
김 코치 역시 "연습량도 많았고 스스로 나가서 티(배팅)도 치고 열심히 하더라. 힘든 데 참는 건지 힘든 거 전혀 내색도 안하더다. 방망이면 방망이, 수비면 수비 체력 안배보다는 몸을 혹사 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
그런 그를 보며 이만수 감독은 "타격, 수비 모두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최경철 역시 "시즌을 앞두고 컨디션이 계속 좋다. 지금까지 페이스 중 최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나이 33. 어느덧 고참급의 선수가 된 만큼 기술적인 보완보다는 김태형 코치의 조언으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었던 동력이 됐다.
김 코치는 "자신감이 많이 생겨서 신나서 하는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이제 말안해도 다 안다. 조금 더 심리적으로 편안해 진 것, 농담도 하면서 즐거운 분위기에서 하고 있어서 기술적으로도 안정되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 감도 생겼고 몸 움직임도 훨씬 좋아졌다"며 흐뭇해 했다.
최경철 역시 김태형 코치의 조언에 힘입어 더욱 힘을 내고 있다.
하루 아침에 조인성, 박경완 등 선배들을 실력으로 따라잡긴 힘들다. 본인도 물론 현재 자신의 역할을 무척 잘 알고 있고 이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수비 잘 해주고 팀을 위해 궃은 일을 하고 내 할 것만 하다보면 언젠간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정상호, 허웅이 부상으로 많은 기회를 잡고 있지만 실력으로 이들과 당당하게 맞서서 내 자리를 찾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최경철은 그라운드에서, 덕아웃에서 연신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신인선수보다 더 파닥파닥 열심히 뛰면서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게 김 코치가 바라본 최경철이었다. 그렇게 그는 한걸음 한걸음 주전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