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잠’의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품의 개봉을 앞둔 설렘과 긴장을 솔직담백히 털어놨다.
오는 9월 개봉을 앞둔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의 장편 상업 영화 입봉작.
정유미가 ‘82년생 김지영’(2019) 이후 ‘잠’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정유미는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과 그로 비롯된 기이한 현상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고군분투하는 아내 ‘수진’ 역할로 장르적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아이를 임신 중인 달달한 신혼부부 시절부터 딸이 태어난 후 시간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수진’의 모습과 심리를 섬세하고 날카롭게 그려 호평을 얻고 있다.
앞서 ‘잠’은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처음 베일을 벗은 뒤 국내외 평단, 매체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칸을 시작으로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판타스틱 페스트에 초청되며 해외 영화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유재선 감독의 스승인 봉준호 감독은 ‘잠’을 본 후 “최근 10년간 봐온 작품들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는 찬사를 쏟아내기도.
평단 및 매체들의 호의적 반응에 대해서도 “시사를 보신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 해주셔서 다행이지만, 막상 개봉하면 어떨지 모르니 기대 심리를 못 채워드릴까봐 불안하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땐 좋은 글을 우선적으로 보는 편인데, 어떤 감독님이 연출을 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좋은 글 못지 않게 연출자가 누구인지가 제일 중요했다. 대본에서 느껴지는 빈 공간을 감독이 어떻게 채워나갈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감독님을 만난 후 더욱 작품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수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개인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추가적 해석이나 감정을 덧붙이기보단, 유재선 감독의 디렉팅을 충실히 따랐다고. 정유미는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란 반응들이 있던데, 염두에 두고 연기했던 건 아니다. 그런 반응이나 표현이 나올 줄 알았다면 더 광기있게 연기할 걸 아쉬움도 들더라. 그저 시나리오에 있는 내용대로 감독님이 주시는 그날그날의 디렉션을 따라 임했다”며 “연기할 땐 몰랐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며 저도 몰랐던 제 얼굴에 놀랄 때가 있었다. 특히 ‘잠’에선 로우샷이 많다. 처음엔 콧구멍만 보이는 각도인데 왜 이렇게 로우샷을 찍나 싶었는데, 완성본을 보고 나니 그 로우샷들이 다 필요한 것이었구나 깨달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워낙 콤팩트한 작업 과정이었고, 설명 자체가 간결하고 명확하셨다. 그래서 저 역시 명확히 캐릭터의 포인트를 이해하며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예컨대 택배를 뜯는 장면이 있으면, 살살 택배를 뜯을지 시원히 딱 뜯을지 그런 부분까지 명쾌히 디렉션을 주셨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변화한 가치관도 밝혔다. 정유미는 “요즘은 감독님이 세팅해주신 그림과 기술적으로 이야기해주시는 부분이 있으면, 그렇게 만들어진 상황 안에 저를 놓고 맞춰 연기하는 게 훨씬 편한 것 같다”며 “작품은 여러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가는 작업인데 연기하며 제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가버리면, 특히나 이런 콤팩트한 작업에선 감독님께 부담을 드릴 수 있찌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 또 그렇게 상황 안에 저를 놓는 과정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밸런스를 맞춰가며 연기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한편 ‘잠’은 9월 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