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스튜디오드래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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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3년이란 공백기가 무색했다. 케이블채널 OCN 주말 미니시리즈 ‘터널’(극본 이은미, 연출 신용휘)의 주인공 최진혁이다.
최진혁은 극중 1958년생인 강력계 형사 박광호 역을 맡았다. 머리 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늘 거칠고 투박한 말투를 사용한다. “백 번 속아도 또 가는 게 형사”라는 말버릇처럼 미련한 구석도 있다. 디지털 증거를 뒤져 수사 단서를 잡는 파트너 김선재(윤현민 분)와 180도 다른 수사 방식이다. 가끔 무모하기까지 한 거침없음이 박광호를 말해준다.
동시에 박광호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지닌 인물이다. 터널을 통해 30년 세월을 뛰어넘는 시간이동을 하고, 현재에서 만난 딸은 실은 자신 또래 여성이다. 절친한 동료 김선재를 어느 순간부터 딸의 남자친구로 대해야 한다. 1980년대 사고방식으로 2017년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안 된다”는 대사는 익숙하지만, ‘옛날 사람’ 박광호이기 때문에 진부하진 않다. 최진혁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없었다면 빛을 보기 힘든 캐릭터다.
최진혁의 중저음 목소리는 캐릭터에 신뢰감을 부여한다. 박광호는 따뜻한 인간미가 돋보이는 정의로운 형사다. 10회에서 박광호는 “형사는 사람 구하는 직업”이라고 신재이에게 열변을 토했다. 최진혁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에는 힘이 있었다.
| 사진=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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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혁은 2006년 KBS2 오디션 프로그램 ‘서바이벌 스타오디션’ 출신이다. 당시 대상을 거머쥐며 연예계에 입문했지만 7년 동안 ‘한방’이 없었다. 2013 MBC ‘구가의 서’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 구미호 월령 역을 맡은 그는 사랑 앞에 감미로웠고, 슬픔 앞에 야수로 변했다. 이후 SBS ‘상속자들’, tvN ‘응급남녀’, MBC ‘오만과 편견’ 등을 통해 제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진혁은 어떻게 판타지적인 설정을 어떻게 시청자에게 납득시켰을까. 비결은 단순했다. 치열한 고민이었다. 최진혁은 지난 12일 ‘터널’ 간담회에서 “방송이 나가고 나서 제 연기에 대해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면서 “(이유영이 극중 딸이란 허구적인 설정이)너무 부담스러웠다. 잠도 못잘 정도로 괴로웠다. 진심으로 몰입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