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이 가져다 준 두가지 긍정적 변화

-정수빈 합류로 이종욱 공백 메워
-잃었던 도전 정신 깨우는 역할도
  • 등록 2010-07-15 오전 10:50:41

    수정 2010-07-15 오전 10:52:48

▲ 두산 정수빈.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두산 외야수 정수빈(20)은 지난 11일 잠실 LG전부터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이제 3경기째.

주전 중견수이자 톱타자인 이종욱이 발목 부상으로 빠진 뒤 부터다. 그리고 정수빈은 3경기서 4개의 안타와 3개의 타점, 그리고 무려 7득점을 해냈다. 팀은 3경기 중 2번을 이겼다. 만점 주전 데뷔다.

그러나 정수빈의 가치는 성적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두산이 잠시 겨울잠 속에 잊고 있었던 2가지 장점을 되살려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수분 야구의 정석
두산을 표현하는 호칭 중 하나는 화수분 야구다.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이 등장하며 팀을 지탱해 왔기 때문이다. 두산의 2군 시스템을 그래서 더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전력의 계속된 발굴은 두산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 큰 전력 보강 없이도 지금까지 잘 버텨온 이유이기도 했다.

포지션별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좀 더 실력이 나은 선수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갔다. 매일 라인업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부진이 장기화되면 어느새 다른 선수에게 자리가 넘어갔다. 누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는 두산을 꾸준히 강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원동력 중 하나다.

정수빈은 다시 한번 두산의 힘이 무엇인지를 알려줬다. 이종욱의 부상 공백을 충실히 메워주며 주춤했던 팀에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  
 
두산이 왜 강한 팀인지를 일께워주고 있는 것이다. 장점을 되살린다는 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두산이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는 발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전 정신을 꺠우다
두번째는 도전 정신이다. 정수빈은 "벤치에 앉아 선배들의 플레이를 보며 공격적이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두산이 상대에게 두려움을 안겨줄 수 있었던 핵심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은 2007년 이후 또 다른 팀이 됐다. 발야구라는 큰 틀 안에 묶여 있지만 그들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팀이 아니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질주가 그들의 진짜 장기였다. 내야 플라이때 홈으로 파고들고 좌전 안타때도 틈만 보이면 3루까지 내달렸다.

처음엔 실패도 많았다. 그러나 김경문 두산 감독은 창의적인 실패에는 채찍을 들지 않았다. 선수들은 더 과감해질 수 있었다. 반대로 상대팀엔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두산은 그와 같은 도전적인 주루 플레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빠르지만 이전처럼 공포스러울만치 도전적이었던 뜀박질은 보기 힘들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제 선수들이 야구를 더 알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전처럼 함부로 뛰는 것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야구가 그래서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수빈은 다르다. 벤치에 앉아 선배들의 힘이 무엇인지 보고 배웠고, 이제 배운 걸 제대로 써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14일 대구 삼성전서도 그랬다. 3-1로 앞선 4회 2사 1,2루서 2루 주자였던 정수빈은 기습 3루 도루(1루 주자 오재원도 뒤늦게 스타트)로 분위기를 바꿨다.

추가점이 필요한 2사 후 2루 주자였다. 타석엔 김현수가 서 있었다. 2사 후엔 2루나 3루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실패했다면 오히려 분위기를 삼성으로 넘겨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수빈은 삼성 바뀐 투수 백정현의 퀵 모션이 그리 빠르지 않다는 걸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성공된 주루는 김현수의 적시타가 더해지며 2점이 됐다. 승리의 확신을 갖게 된 점수였다.

두산은 최근 페이스가 좋은 편이 아니다. 많이 졌기 때문이 아니라 삼성의 페이스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정수빈의 등장은 어쩐지 위축돼 보이던 두산의 어깨를 다시 펴게 하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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