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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목표치를 차고 넘치게 이룬 두산 김선우다. 16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 다승 2위에 평균자책점 3위, 승률은 5위. 더 높은 곳을 바라볼 법 하지만 그의 내년 목표는 예상외로 올해와 같았다.
김선우는 시즌을 마친 뒤 개인 시간을 갖고 있다. 마무리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세 번정도 집 근처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한다. 그간 지쳤던 몸에 휴식을 주고 있다.
김선우는 2008년 입단 이후 쭉 '에이스'라는 칭호와 함께했다. 그간 '에이스'라는 수식어에는 다소 못미쳤던 성적이었다. 하지만 입단 4년 후, 에이스라 부르기에 충분한 성적을 만들어냈다. '에이스'라는 칭호에 대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던 김선우. 여전히 그는 같은 반응이었다.
"나는 그냥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힘이 될 수 있는 형이 되고 싶을 뿐이다. 이제 내가 아닌 진정한 두산의 에이스가 나와야 할 때다. 다른 팀 1, 2선발들과 싸울 수 있는 젊은 영건들이 나와야 한다. 나는 그런 투수들이 나올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그런 면에서 '에이스'이고 싶다." 올시즌 변화와 함께 호성적을 낸 김선우. 어쩌면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일지 모른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진욱 두산 신임 감독 역시 그에게 거는 믿음과 기대가 대단하다. 김 감독은 조심스레 내년 김선우가 15승은 거뜬히 거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내년 목표 역시 올해 초 밝혔던 목표와 같다. 10승에 평균자책점 3점대다.
"이 역시 쉬운 목표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운이 좋아서 달성한 것이지만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그 성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 목표 달성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도 얻었다. 짝꿍 니퍼트가 돌아온다는 것도 무척 반가운 일이다. 김선우는 니퍼트와 함께 31승을 합작,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무서운 원투펀치의 위력을 보여줬다.
니퍼트는 큰 키에서 내리꽂는 힘있는 직구와 안정된 제구로 15승, 평균자책점 2.55의 성적을 거뒀다. 퀄리티스타트는 총 19번으로 1위에 올랐다. 김선우는 그런 니퍼트가 있었기에 토종 선발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고 했다.
"잘하는 용병이 있으면 당연히 덜 부담스럽고 마음 편하게 게임할 수 있다.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작년에는 히메네스, 올해는 니퍼트가 앞에서 잘해주니까 같이 묻어(?)갈 수 있어서 편하더라. 니퍼트가 잘해줬던 덕분에 시즌 내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 둘이 게임을 잡으면 모른다'라는 식의 그런 희망이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올 겨울 김선우는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처럼 소박한 꿈을 가지고. '소박함'이라는 단어가 김선우와 함께 있으니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내년 김선우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