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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1일 대대적인 규칙 개정을 골자로 한 ‘골프규칙 현대화 계획’을 발표했다.
R&A와 USGA는 “(이번 계획은)전 세계적으로 오늘날의 경기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5년 전부터 시작된 규칙 현대화 계획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또 “변경사항들은 프로들과 엘리트 아마추어들뿐만 아니라, 골프 입문자들, 높은 핸디캡의 골퍼 등이 규칙을 이해하기 쉽도록 심사숙고해서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골프 규칙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했다. 500 페이지 이상의 재정집, 그리고 1200여개의 재정 판례 등이 존재했다. 이러다 보니 일반 골퍼들은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이번 개정은 규정의 단순화와 경기 시간 단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구닥다리 룰’로 치부돼왔던 규정들이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제2의 더스틴 존슨’은 없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지난해 6월 메이저대회 US오픈 최종일 5번홀 그린에서 “공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경기위원에 신고했다가 벌타를 받았다. 경기위원은 그 홀에서 존슨에게 벌타를 주지 않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선수가 원인 제공을 했다며” 1벌타를 줬다. 선수들의 항의가 거세자 USGA는 뒤늦게 사과했고 부랴부랴 ‘그린 위에서 볼이나 볼 마커가 우연히 움직인 경우에는 벌을 면제한다’는 로컬룰을 올해부터 지정했다. 다만 ‘로컬룰’인만큼 대회 주최측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유효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벙커 등 페널티 지역에서 실수로 공을 건드려도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 새 규칙도 포함된다. 그린 위 다른 선수들이 남겨놓은 신발 자국, 동물이 남겨놓은 흔적도 정리할 수 있다. 또 캐디가 선수의 허락 없이 볼을 마크하고 집어들어도 벌타를 받지 않게 됐다.
◇시간 단축된다면 거리 측정기도 ‘OK’
R&A와 USGA는 시간 단축에 큰 공을 들였다. 현대 골프에 발맞춰 거리 측정을 하는 전자기기 사용을 허락해 캐디가 발걸음으로 거리를 재는 모습도 사라질 전망이다. 분실구를 찾는데 허용하는 시간도 기존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든다.
또한 선수들은 40초 안에 공을 쳐야 한다. 티샷 후 홀컵에서 멀리 떨어진 선수부터 공을 치는 규칙도 ‘준비된 선수’부터 공을 치도록 권장한다.
선수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그린 위에서도 대폭 변화가 일어난다. 앞으로 캐디는 선수의 라인을 읽어주지 못한다. 또 깃대가 꽂힌 상황에서 퍼트해도 벌타를 받지 않는다.
◇“디벗 무벌타 드롭도 허용해야”
이번 계획이 규칙을 대폭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ESPN은 이날 “USGA와 R&A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규칙들도 들여다봐야 한다. 디벗(divot)을 수리 중인 곳(under repair)으로 보고 무벌타 드롭을 허용해야 한다. OB(아웃오브바운즈)일 경우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것도 큰 시간 손실이다”고 적었다.
이어 “스코어카드에 선수들이 사인하는 것도 개정 사항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선수들이 어떤 점수를 치고 있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매해 몇몇 선수들이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 당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R&A와 USGA는 오는 8월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변경사항을 검토한다. 2018년 말까지 규칙책을 완성하고 2019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