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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류제국이 크게 인정받고 있는 건 빠른 적응력이다. 한국 무대로 돌아온 해외파 중 가장 적응력이 빠른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찬호, 김병현 등 미국 무대를 호령한 그들도 한국 무대 적응엔 초반 크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난타도 많이 당했다. 용병이 한국 무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 듯 그들도 그랬다.
그러나 류제국은 조금 다르다. 예상보다 훨씬 순조롭게 한국 무대에 녹아들고 있었다. 크게 난타를 허용한 적도 없었다. 홈런은 5경기서 5개를 허용하긴 했지만 매 경기 6피안타 내외로 막았다. 홈런을 허용한 이후에도 좀처럼 흔들리는 일도, 무너지는 일도 없었다. 5경기에 나서 2승, 평균자책점 3.72, 피안타율 2할4푼8리. KIA, 넥센, 롯데, SK 타자들 모두 그를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특히 팀 타율 4위(2할7푼1리), 팀 홈런 1위(50개), 타점 1위(276개)인 넥센을 상대로 14일 경기서 호투한 것도 그의 빠른 적응력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그는 넥센과 첫 경기에서 6.1이닝을 소화하며 5피안타 3사사구에 삼진 6개를 잡고 2실점(2자책)으로 막아 팀 승리를 도왔다.
류제국은 앞서 선발로 예정됐던 한화전이 우천 취소된 것을 반기기도 했다. 그는 “넥센전에 한 번 던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화 경기가 우천 취소된 것이 어쩌면 더 반가웠다. 타력 1위, 강팀인 넥센과 빨리 붙어보는 것이 더 좋은 한국 무대 경험이 될 것 같았고 적응도 빨리 할 수 있을 듯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기 보다 포수의 리드에 맡기는 것도 그에겐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고 했다. 넥센전에서도 포수 현재윤의 사인에 고개를 흔든 건 세 번뿐이다. 한국무대 첫 등판에서 자신의 사인대로 갔다가 홈런을 얻어맞은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시즌 초반 포수를 더 믿고 의지하고 있다.
그는 “세 개 정도 빼고는 재윤이 형이 던지라는 데로 던졌다. 경험이 많으니, 넥센은 첫 상대였고 그래서 더 믿었다”고 말했다. 더욱 빠른 적응을 위해 일단은 타자들에 더 잘 아는 포수들을 믿고 의지해나갈 생각이다.
유쾌하고 솔직한 성격도 그의 빠른 적응을 돕고 있었다. 이미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건 물론이고 여기에 스타성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면 팬들의 기립박수, 환호가 듣고 싶어 더욱 천천히 걸어온다는 그다. “그런 경기가 미국에서도 몇 번 없어서….”
류제국은 ‘승리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그가 합류한 뒤부터 LG의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류제국이 첫 등판한 이후 팀은 17승 5패를 기록하고 있다. 한때 내리막 길을 걷던 LG의 분위기를 바꾼 류제국의 든든한 존재감이다. 당초 복귀 시기보다 더 빨리 올라오며 선발 마운드에 큰 힘을 실어줬다. LG의 마운드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류제국 덕분이다.
그의 남은 목표는 단순한 수치가 아닌 ‘에이스다움’이다. 김기태 감독이 말한대로 그는 LG 마운드를 이끌 에이스다. 그는 에이스다움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류제국은 “에이스의 기준은 꾸준함인 것 같다. 6이닝 2실점, 7이닝 2실점 그 정도는 꾸준히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기복이 있는 피칭보다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서 “기량을 올리기보다 갖고 있는 걸로 최대한 잘 활용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