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그날의 여운은 아직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그의 은퇴식은 후배들과 아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후배들은 '이종범과 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고, 아들은 시타자로 참가했다. 바람은 이제 멈추지만 그 열정만은 이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행사였다.
그렇다면 이종범은 후배, 그리고 아들이 자신의 무엇을 이어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을까. 그는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고 싶은 건 다 해도 된다. 대신 결과에 책임져라."
실제 이종범은 은퇴식을 앞두고 라커룸에서 담배를 챙겨 나가는 후배를 목격했다. 그는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00아, 담배 피면서도 도루왕 할 수 있지? 꼭 그렇게 해야 한다. 정후(아들)한테도 내가 그랬어 술, 담배 다 해도 되는데 대신 아빠처럼 도루80개 해야 한다고."
그는 술,담배를 멀리했던 선수가 아니다. 무용담 처럼 그에 연관된 숱한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야구를 대할 땐 달랐다. 무섭게 집중하고 뜨겁게 열정을 불태웠다. 그리고 선수 시절 막판, 자신의 힘이 떨어지고 있음을 인정한 뒤에는 단호하게 술을 줄이고 담배도 끊었다. 옛 영광에만 묻혀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았다면 후배들과 경쟁에서 금세 밀려버렸을 터. 그랬다면 이종범의 은퇴식은 한참 전에 치러졌을 것이다.
이종범은 "난 어떻게 하면 팬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짧다. 할 수 있을 때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무조건 안되는 것만 먼저 말하면 안된다. 하고 싶은 걸 하는 자율은 주지만 결과에는 분명히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선수들도 그런 의식을 꼭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