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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27일 한국 프로야구는 후반기에 돌입한다. 전-후기를 절반의 개념으로 나누기엔 이미 달려온 거리가 너무 길다. 이미 일정의 2/3를 소화한 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경기수가 적다고 변화까지 없으리라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4~50 경기 안에 판세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분위기다. 짧은 기간에 많은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선 전력에 보이지 않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키 플레이어가 중요한 이유다. 야구는 팀 스포츠지만 분위기 전환에는 한명의 ‘크레이지 모드’ 선수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무더운 여름과 함께 찾아 온 후반전. 각 팀이 쥐고 있는 운명의 추를 돌려 놓을 수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 SK – 글로버
글로버는 지난해 SK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올시즌은 다르다. 잔부상에 시달리며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반기 성적은 6승7패, 평균 자책점 5.28. 최근 4연패 중이며 지난 6월11일 이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SK는 선발 마운드의 안정감이 우선돼야 한다. 불펜의 소비를 줄이며 힘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SK가 질주할 수 있었던 힘은 선발에서 나왔다. 그러나 중반 레이스 이후 선발투수들이 조금씩 내리막을 걸었고, 결국 불펜에 부담으로 이어졌다.
짐짓 여유 있어보이지만 2위 삼성의 추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SK다. 침묵에 빠진 글로버가 힘을 낸다면 불안감은 자신감으로 바뀔 수 있다.
◆ 삼성 – 윤성환
삼성은 불펜야구를 하는 팀이다. 강력한 불펜을 앞세워 승리를 잠궈낸다. 최근에는 여기에 젊은 피들의 약진에 힘입어 활력까지 충전됐다.
그러나 삼성은 이제 4위 이상의 성적에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금씩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선발진의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원삼 차우찬으로 이어지는 좌완 선발 콤비의 페이스가 좋은 만큼 남은 한자리를 확실히 메워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삼성엔 윤성환이 있다. 지난해 다승왕을 차지한 윤성환은 다른 팀의 누구와 붙어도 자신을 가질 수 있는 에이스 카드여야 한다.
부진과 부상 탓에 오랜 기간 2군에 머물러 있던 그다. 윤성환이 에이스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삼성은 지금보다 더욱 무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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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 최준석
김현수와 김동주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선수들이다 상대팀이 가장 견제하고 있는 선수 역시 이들 둘이다. 안타를 치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걸어서라도 1루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상대팀이 김현수-김동주와 승부를 피하게 되면 그 찬스는 다음 타자에게 주어진다. 최준석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최준석이 터지면 두산은 쉽게 김현수-김동주를 거를 수 없다. 더 큰 화를 자초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준석은 시즌 초반 자신의 몫을 200% 해냈다. 그러나 7월 페이스는 좋지 못하다. 7월 14경기 타율은 2할2푼2리. 홈런은 단 1개에 불과하다.
◆ 롯데 – 황재균
황재균은 롯데가 원하던 중요한 카드다. 그가 모두가 늘 기대하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롯데는 거인의 힘에 하늘을 나는 능력까지 더해지게 된다.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황재균을 당분간 유격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유격수로서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황재균이다. 그러나 팀의 공격력의 최대화 하기 위해선 다소 손해도 감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치고 달리는 황재균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황재균은 그렇게 치고 달려주면 된다.
중심타선의 힘은 단연 최고인 롯데다. 황재균은 그들의 앞.뒤에서 집중력과 활기를 불어넣어주면 된다. 20-20이 가능하다는 포텐셜이 그래서 중요하다.
롯데는 공격력의 팀이다. 손민한 복귀가 예고돼 있지만 그것 만으로 마운드가 갑자기 빈틈없이 탄탄해지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황재균의 방망이가 더 중요한 이유다.
◆ LG – 박명환
박명환은 수술 이후 아직 이전의 박명환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올시즌 그가 예전처럼 무시무시한 공을 뿌려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여전히 박명환은 팀의 운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투수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박명환은 이긴 경험을 갖고 있는 투수다. 개인 성적과 함께 팀이 이기는 야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힘겨운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LG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기는 법을 아는 것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LG는 2002년 이후 가을 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패배의식이 쌓여 있다. 쉽게 포기하고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박명환은 이런 분위기를 바꿔주어야 한다. 그가 1군 마운드에서 버텨내며 조금씩 전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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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이 돌아온다. 실질적으로 세번째 등장이다. 이전 두번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1차 부상 이전에도, 그리고 부상 후 복귀한 뒤에도 이렇다 할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삼세번이다.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충분히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상현이 지닌 상징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희섭과 함께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놓게 될 김상현은 그 존재감 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 지금 KIA에 필요한 것은 언제든 한방으로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16연패를 당하며 쌓인 패배의식을 걷어내는데 홈런 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
지난해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김상현은 한번 걸리면 담장을 넘겨낼 능력이 있다. 기적 같은 연승 행진이 필요한 KIA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 넥센 – 강정호
넥센은 전반기 막판, 또 하나의 대형 트레이드를 했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또 한번 주축 선수를 내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넥센 선수들은 여전히 야구 외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 남아 있음을 알려준 경고음(?)이나 마찬가지다.
강정호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정호는 이제 팀의 중심이다. 그가 흔들리면 팀도 휘청한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루머들은 강정호를 더욱 힘들게 할 수 밖에 없다. 언제든 팀을 떠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것이다.
강정호가 이겨내면 넥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넥센의 대반격은 그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 한화 – 유원상
한화가 남은 기간 동안 4강을 노려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그들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시즌 개막 이전의 다짐과 같다. 만만치 않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한화엔 류현진이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다. 그가 나서는 날엔 이길 수 있는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반대로 그가 나오지 않는 날도 이기는 횟수가 늘어나야 한다. 만만치 않은 팀이란 그런것이기 때문이다.
유원상은 그 임무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투수다. 기복이 심하긴 하지만 긁히는 날 유원상은 매우 위력적인 투수다. 잘 할떄와 그렇지 못할 때의 간극을 줄여준다면 한화는 좀 더 자주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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