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악몽의 시작’, 8개월 뒤 그대로 갚아줬다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서 요르단에 2-0 승리
주장 손흥민 공백에도 이재성·오현규 연속 골
8개월 전 아시안컵 참패 수모 갚아
  • 등록 2024-10-11 오전 6:20:21

    수정 2024-10-11 오전 6:20:21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 출전한 손흥민과 이강인. 사진=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 이재성이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8개월 전 치욕을 겪었던 요르단에 설욕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요르단을 2-0으로 꺾었다.

오만과의 2차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린 한국(승점 7)은 3차 예선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 행진을 이어갔다. 또 지난 2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당한 패배를 설욕했다.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 오현규가 자신의 데뷔골이자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교민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현규 뒤로 요르단 관중이 낙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차 예선 조 추첨 결과가 나왔을 때 가장 눈길을 끈 상대는 요르단이었다. 참패 그 이상의 굴욕을 안겼던 상대였기 때문이다. 올해 2월 7일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아시아 정상의 꿈과 함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나섰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바레인을 꺾은 한국은 2차전에서 뜻밖의 결과를 받아들였다. 한 수 아래로 여긴 요르단에 고전 끝에 2-2로 비겼다. 선제골에도 역전을 허용했고 경기 막판 상대 자책골로 겨우 무승부를 거뒀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에서 0-2로 패배한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르단전 이후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고전했다. 바레인전에서는 결과라도 챙겼으나 이후 경기에서는 정규시간 안에 승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다음 단계로 가던 한국은 다시 만난 요르단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준결승에서 유효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며 0-2로 완패했다. 64년 만의 우승 도전 꿈도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경기 전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중심으로 한 대표팀 내 충돌이 있었다는 게 패배 이후 알려졌다.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선수 간의 다툼에 충격이 컸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가 불화 사실만 인정한 채 선수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후 협회 직원의 카드놀이 등 각종 논란이 연이어 벌어지며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를 찾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아시안컵에서의 부진 등을 이유로 경질됐다. 이후 대표팀은 수장 없이 망망대해를 떠다녔다. 정식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며 두 차례 임시 감독 체제로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렀다. 3월 임시 감독을 맡았던 황선홍 당시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은 본업인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40년 만에 벌어진 참사였다.

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임시 감독 체제 이후 홍 감독을 선임했으나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현안 질의에 정몽규 회장과 홍 감독이 불려 나가는 등 여전히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설욕 혹은 또 한 번의 굴욕을 앞둔 사이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소집을 앞두고 손흥민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 자리를 메우고자 나온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도 경기 시작 23분 만에 부상으로 쓰러졌다. 황희찬을 대신해 투입된 엄지성(스완지 시티)마저 후반 6분 부상으로 빠졌다.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 황희찬이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요르단의 경기. 이재성이 선제골을 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한국은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여러 위기를 딛고 전반 38분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이 나왔고 후반 23분 오현규(헹크)의 추가 골로 승리를 자축했다. 약 8개월 전 스코어를 그대로 갚아줬다.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이재성은 중계사 인터뷰를 통해 “요르단 원정이 쉽지 않은데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라며 “어려운 경기에서 이기고 갈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축구협회와 수장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한 상황, 여기에 주장까지 빠졌으나 승리를 챙긴 건 고무적이다. 이제 대표팀은 오는 15일 오후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선두 굳히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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