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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후반 16분 개러스 베일의 골을 도운 데 이어 후반 32분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손흥민이 1골 1도움을 기록한 토트넘은 개러스 베일의 해트트릭까지 등에 업고 4-0 대승을 거뒀다.
이날 활약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다. 손흥민은 리그 16번째이자 시즌 공식전 21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21골은 2016~17시즌 세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골과 타이기록이다. 아울러 리그 10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2시즌 연속 ‘10골-10도움’이라는 의미있는 기록도 달성했다. 올 시즌 EPL에서 10골 10도움을 달성한 선수는 팀 동료인 해리 케인(21골 13도움)과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16골 11도움)에 이어 손흥민이 세 번째다.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공격적인 모습도 되찾았다. 손흥민은 조제 무리뉴 감독 체제였던 시즌 초반 ‘단짝’ 케인과 함께 역습의 선봉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손흥민은 지난해 9월 리그 개막 후 석 달만에 11골을 넣는 엄청난 득점 행진을 펼쳤다. 리그 득점 선두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이후 손흥민에게 수비에도 적극 가담할 것을 요구했다. 손흥민은 포지션이 윙포워드지만 활동반경 그래프 등을 살펴보면 수비수인 윙백처럼 자기 진영까지 내려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손흥민의 득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최근 셰필드전 득점을 포함해 리그 4경기에서 3골을 몰아쳤다. 지난 22일 사우샘프턴전에 이어 최근 2경기 연속 골이다. 손흥민이 리그 2경기 연속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10월 3경기 연속골(4골)을 넣은 이후 7개월 만이다.
베일이 전방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손흥민과 케인에게 쏠렸던 집중견제도 확실히 옅어졌다. 손흥민으로선 상대 진영에서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도 이날 손흥민에게 평점 9점을 주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2021년보다는 (자신감이 넘쳤던) 2020년의 모습에 가까웠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이 살아나고 팀이 다시 승점을 쌓기 시작하면서 암울했던 팀 상황에도 조금씩 빛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 승점 56으로 리그 5위인 토트넘의 남은 목표는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그러기 위해선 토트넘에 승점 5점 앞서 있는 4위 첼시(61점)를 따라잡아야 한다.
토트넘과 첼시의 남은 경기는 4경기. 토트넘 입장에선 자력으로 역전을 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첼시가 1위 맨체스터시티, 9위 아스널, 3위 레스터 시티, 10위 애스턴 빌라 등 강팀들과 대결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은 토트넘에 희망적인 부분이다. 반면 토트넘은 리즈 유나이티드(11위), 울버햄프턴(12위) 등 비교적 수월한 상대와 경기를 치른다.
시즌 중 감독 경질이라는 몸살을 앓은 토트넘이 극적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낸다면 멋진 반전 드라마로 기억에 남을 전망이다. 득점 본능이 살아난 손흥민이 그 스토리에 주역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