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을 잡아라! ① 초상권? 퍼블리시티권? 제도 마련 시급하다

배우 장동건.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최근 한 개그맨는 집에 배달되는 신문 사이 전달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동네 00체육관이 자신의 사진과 그가 출연하는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를 쓴 홍보용 카탈로그가 끼어 있었다. 자신의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이 무단으로 사용됐지만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부터 생겼다. “먹고 살자는 업체인데 놔둬야 할까? 아니야, 그냥 놔뒀다간 더 속수무책으로 번질지 몰라.”

비단 동네체육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우 장동건과 한 안과 병원, 변우민과 한 증권사 사이트 등 연예인의 초상권을 침해해 소송까지 불거진 사례는 하나둘이 아니다.

최근 초상권과 관련된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연예기획사와 스타일리스트 간에 연예인의 초상권 관련 분쟁이 지난 1년여 동안 비밀리에 진행될 정도다.

문제는 유명인의 초상권을 보호하는 법적인 틀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다. 함부로 쓰여져선 안 될 ‘권리’는 있으나 이를 보장할 ‘법적 근거’와 ‘법적 처벌’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특히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할만한 법적 근거가 없으니 연예인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한류스타 혹은 톱스타 등 유명 연예인은 초상권 침해에 대해 돈과 지원을 얻을 수 있어 그나마 낫다. 반면 개그맨은 법적 대응을 하는 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고, ‘왕년의 스타’ 어떤 방법을 통해 대처를 해야할지 속수무책인 경우가 허다하다. 개그맨 김준호가 대표로 있는 조신영 코코엔터테인먼트 팀장은 “일일이 단속하기가 어려워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사용하지 말아달라 부탁하는 수준이다”며 “또 무단 도용되지 않을까 염려되지만 소규모 업체인 경우에는 손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송 끝에 이긴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는다. 긴 법적 공방으로 당사자가 정신적으로 지치는 것은 물론 경계적으로도 손해 볼 일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범수 이진욱 지진희 등이 소속된 이진욱 HB엔터테인먼트 이사는 “매니지먼트와 협의를 했어도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는 업자들도 허다하다”며 “소송을 하면 복잡하고 피곤한 데다 비용을 지급하고 나면 이득보기도 어려운 싸움이라 나서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분야 외에 법률 뷴야에서도 ‘퍼블리시티권’ 등을 보호할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일본 등 다른 문화선진국의 현실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서도 합리성과 실효성을 갖춘 제도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정의를 위한 시스템 마련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창조경제적 아이템 발굴을 위해 명확하고 철저한 연예인의 초상권 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유병한 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K팝를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의 국제적 경쟁력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퍼블리시티권의 법적 보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늦출 수 없는 과제다”며 “다만 무조건적인 보호만 외치기보단 보장돼야 할 선이나 이익 형량 등과 관련해서는 콘텐츠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범위가 고려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배우 변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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