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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팔로시의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더블헤더 1차전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더블헤더 경기라 7회까지 진행됐고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어 5-0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시즌 첫 완봉승을 기록하며 시즌 9승(5패)째를 달성했다. 평균자책점도 3.56에서 3.32로 낮췄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완봉승을 달성한 것은 역대 세 번째다. 2013년 5월 29일 LA에인절스전(9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2019년 5월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에서 완봉승을 기록했다.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는 이번이 첫 완봉승이다. 7이닝 완봉승도 처음 경험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2회초였다. 1회초를 공 4개로 간단히 마무리한 류현진은 2회초 큰 위기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조이 갈로에게 3루타를 허용했다. 단타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지만 토론토 중견수 조지 스프링어가 어이없이 공을 뒤로 빠뜨렸다. 갈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3루까지 내달려 살았다.
스프링어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중견수로 인정받는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몸값도 몇 손가락 안에 든다. 토론토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어를 잡기 위해 6년 1억5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우리 돈으로 약 17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류현진은 역시 ‘강철멘탈’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을 무사 3루 위기에서 구한 것은 주무기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존 힉스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초구 포심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체인지업을 2개 연속 던져 3구 삼진 처리했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다 낮게 떨어지는 공에 힉스는 잇따라 방망이를 헛돌렸다.
이후 일라이 화이트는 1루수 뜬공으로 요리한 류현진은 2사 후 좌타자 데이비드 달을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위기를 넘겼다.
류현진 표 체인지업은 3회초에 다시 빛났다. 류현진은 2사 후 카이너-팔레파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로우를 볼넷으로 내보내 1, 2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올 시즌 텍사스의 간판타자로 떠오른 아돌리스 가르시아. 올 시즌 22홈런을 때리면서 올스타에도 뽑힌 ‘신성’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가르시아를 압도했다. 볼카운트 1볼에서 3개 연속 체인지업을 던져 모두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빠른공을 좋아하고 초구부터 거침없이 배트를 휘두르는 가르시아의 스타일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가르시아는 공이 빠른공처럼 들어오다 스트라이크존 앞에서 가라앉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평소 하지 않던 불펜 투구까지 진행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조금씩 내려갔던 팔 높이도 다시 올렸다. 그런 노력 결과 흔들렸던 체인지업이 조금씩 살아났다. 이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 삼진을 잡는 승부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MLB닷컴도 류현진의 호투를 소개하면서 “오늘 체인지업은 환상적이었다”며 “류현진이 확실히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찬사를 보냈다.
류현진은 경기 후 현지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오늘 가장 좋았던 구종은 체인지업이었고 헛스윙이 많이 나왔다”며 “상대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릴 때 다른 구종을 던져 약한 타구나 빗맞은 타구가 많이 나왔는데 그 부분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불펜 피칭을 하면서 팔의 각도가 떨어졌다는 걸 느껴 피트 워커 투수코치와 함께 팔 각도를 세우려고 노력했다”며 “체인지업을 예전보다 위에서 내려찍어서 던졌기에 구속도 더 빨라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