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헉" 나영석 PD가 본 `1박2일`(인터뷰)

"장미란 선수가 준 옷 입은 성시경 예능 발동 걸려"
"돌고래 자연 탐방 뭉클"
최재형 PD 제작 복귀 "나라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
  • 등록 2012-05-20 오전 9:06:40

    수정 2012-05-20 오전 9:14:03

▲ 나영석 PD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나영석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전 PD. 그를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만났다. 지난 2월 26일 `1박2일` 시즌1 마지막 방송 후 82일 만이다. 나 PD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KBS 새 노조)파업 행사인 `희망캠프`에서 야외취침의 추억을 꺼냈다. 1665일 간 `1박2일`과의 동거. 그에게 `1박2일`은 지울 수 없는 인생의 지문이 됐다. 그런 그는 지금의 `1박2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시청자로 돌아가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하하하."
▲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중인 차태현
나 PD는 `1박2일` 시즌2를 빠짐없이 본 듯했다. 연기자들의 사소한 에피소드도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새 멤버 가운데 차태현의 활약을 놀라 했다.

"예상은 했지만, 차태현 씨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랄 정도로요. 천부적으로 예능감을 타고나신 분인 거 같아요. 대단하던데요? 상황을 계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성시경의 변신도 흥미로워했다. 나 PD는 성시경과 시청자 투어 등을 함께 그를 옆에서 지켜봤다. "성시경 씨가 장미란 선수가 준 체육복 입고 나왔잖아요. 그걸 보고 저 친구가 다 내려놨구나 싶더라고요. `발라더` 자존심 생각하면 절대 못하는 일이거든요." 성시경은 소신이 강한 연예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는 `1박2일`에서 춤도 췄다. 마지막 자존심이라 불리는 안경까지 벗었다. "성시경 씨는 소신이 강한 만큼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주위 시선 신경 안 쓰고 집중해요. 그때 소위 발동이 걸리는 거죠. 성시경 씨가 지금 그 단계인 거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가 기대되고요."
▲ `1박2일`에 출연중인 성시경
나 PD가 빠진 `1박2일`은 변했다. 새 선장인 최재형 PD는 `1박2일`에 자연 탐사를 접목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멸종 위기에 몰린 남방큰돌고래 탐사 편을 내보내 시청자의 관심을 샀다. 나 PD는 "`1박2일`이 다룰 수 있는 근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신선해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의도도 좋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돌고래 그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돌고래 포착하는 장면에서는 뭉클하더라고요."

나 PD는 현재 파업 중이다. 최재형 PD는 파업 36일 만인 지난 4일 제작에 복귀했다. "`1박2일` 시즌2가 자리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파업에 들어가 부작용이 컸다. 프로그램이 망가지는 걸 더는 볼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최 PD의 복귀를 두고 여론은 찬·반 양론으로 엇갈렸다. 같은 노조원이자 `1박2일` 전 PD로 최 PD의 촬영 복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 PD는 "최재형 PD의 결방과 촬영 재개 모두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 `1박2일` 자연 탐방 1탄 `돌고래 114`
"오래된 프로그램이라면 결방이 되더라도 시청자들은 그 프로그램의 특성과 연기자들의 캐릭터를 기억하고 있죠. 하지만 `1박2일` 시즌2는 달라요. 새 프로그램이잖아요. 파업이란 대의명분을 쫒다 프로그램이 망가지면 그 출혈은 크죠. 저도 몇 번 파업했지만, 프로그램이 망가질 때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근데 저만 해도 파업 기간이 짧았죠."

나 PD는 "예능 PD의 파업은 복잡한 문제"고 했다. 예능 PD는 기자와 다르다. 예능 프로그램, 특히 `1박2일` 같이 야외리얼버라이어티는 90% 이상의 외부 인력으로 제작된다. 담당 PD가 파업해 방송이 결방되면 그 후폭풍은 바로 연기자와 촬영 스태프가 맞는다. 이들은 방송이 안 나가면 당장 돈을 받을 수 없다. PD로서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홍기호 KBS 새 노조 부위원장도 "예능 PD가 파업하기 제일 어려운 직종"이라고 고충을 이해했다. 나 PD는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며 최 PD의 복귀에 대한 생각을 갈무리했다.

"`1박2일`은 커다란 프로그램이에요. KBS에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국민이 지켜보는 방송이잖아요. 이런 프로그램 제작에 손을 한 달이나 놓았다는 것 자체가 큰 결심이에요. 다시 돌아가겠다고 한 건 더 큰 결심이고요. 많은 시청자가 그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을 텐데 얼마나 고민이 컸겠어요. 이번 파업은 벌써 70일이 넘었죠. 끝이 보이지 않는 파업이에요. PD로서 프로그램과 연기자들 및 스태프 생각을 안 할 수 없어요. 김승우 성시경 차태현 씨 등은 정말 큰마음 먹고 시즌에 들어오신 분들일 거예요. `최재형 PD 믿고 가보자` 하셨을테고요. 제가 이 상황이었더라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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