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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방송을 시작한 ‘슈룹’은 사고뭉치 왕자들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든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린 드라마다. 첫 방송부터 평균 7.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높은 시청률로 시작,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 방송 6회 만에 11.3%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톱배우 김혜수의 안방 복귀작이라는 점이 방송 초반 드라마의 화제성에 큰 공을 세웠지만, 기존 사극의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신선한 설정과 독특한 스토리 전개 방식이 특히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는 분석이다.
먼저 주인공 화령은 천방지축 왕자들을 찾으러 회초리를 든 채 궁을 두 발로 뛰어다니거나, 이들의 교육을 위해 자신이 직접 일타 강사를 자처하는 등 소탈하고 진취적인 중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사극 속 중전 캐릭터가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던 관행과 사뭇 다르다. 조선의 왕인 이호(최원영 분)가 서자 출신에, 중전의 자식인 대군과 후궁의 자식인 군이 대등하게 경쟁하는 풍경도 적서차별이 엄격했던 실제 조선 사회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왕실에 성소수자 캐릭터를 내세운 점도 특이하다. 여장이 취미인 셋째 계성대군의 성정체성을 인정한 화령이 아들에게 여장한 초상화와 비녀를 선물로 건네준 장면은 방송 이후 내내 화제를 모았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주부 김미성(가명) 씨는 ‘슈룹’의 애청자라고 밝히며 “‘저 녀석의 마음을 생각해봤어. 넘어서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했을 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난 외면하지 못하겠더라, 엄마니까’라고 말하는 중전의 대사가 성소수자 부모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슈룹’의 인기가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다양한 문제와 색다른 가치들을 내포해 공감을 주는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 평론가는 “‘조선’이란 시대에 바탕을 둔 만큼 최소한의 고증을 지켜 시청자들이 실제 역사와 허구 사이에 혼동을 느끼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실제로 일각에선 이와 관련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극의 곳곳에서 중국 사극체가 발견되는 등 고증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슈룹’ 2회에서 황귀인(옥자연 분)의 대사 중 ‘물귀원주’란 단어가 중국어 자막으로 표기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tvN 측은 “‘물귀원주’ 자막 실수는 시청자분들의 지적으로 빠르게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