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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은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의 타깃센터에서 벌어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빼앗으며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양현종은 경기 전 내린 비로 인해 경기가 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베테랑답게 무리없이 자기 공을 던졌다.
이날 미네소타는 좌완 양현종을 대비해 선발 라인업에 우타자(스위치히터 포함) 8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던져 삼진을 8개나 잡아냈다. 양현종이 기록한 탈삼진 8개는 한국인 투수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 최다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박찬호(은퇴)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기록한 5개가 최다였다.
아울러 만 33세 65일의 나이에 선발투수 데뷔전을 치른 양현종은 텍사스 구단 최고령 선발 데뷔 기록을 세웠다.
양현종보다 2시간 정도 앞서 김광현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홈 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김광현은 3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호투를 펼치다 4회초 제구가 흔들리면서 1실점했다. 이후 4회말 타석 때 대타로 교체됐다. 승리투수 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시즌 2승 달성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지만 팀이 4-1로 이기는데 밑거름이 됐다.
비록 운이 따르지 않아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이 같은 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함께 선발투수로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동갑내기 친구인 김광현과 양현종은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함께 출전해 우승을 이끌 만큼 어릴 적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두 선수는 2007년 KBO리그에 데뷔하자마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김광현은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2019년까지 298경기에 등판해 통산 136승(77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KIA타이거즈 소속으로 지난 시즌까지 통산 425경기에 나와 147승(95패) 평균자책점 3.83의 성적을 거뒀다.
이들은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안정된 조건을 뒤로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나란히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지난해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지난해 8경기에 등판해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활약을 발판삼아 이번 시즌에는 당당히 3선발로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김광현은 스프링캠프에서 허리 부상을 당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잘해야 한다는 의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지나치게 훈련을 많이 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부상을 털고 마운드에 돌아온 이후에는 연일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8일 첫 등판에선 3이닝 3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두 번째 등판이었던 24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선 5⅔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3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도 5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선발투수 역할을 다했다. 이날 호투로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뒤 12경기 등판, 11경기 선발 등판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기존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을 틈타 기회를 잡은 양현종은 실력으로 존재를 입증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7일 LA에인절스전에 구원투수로 나와 4⅓이닝 2실점으로 막고 강한 인상을 심었다. 이어 31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도 구원 등판해 4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눈도장을 확실히 심었다.
마침 일본인 선발투수 아리하라 고헤이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텍사스 구단은 양현종을 임시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비록 긴 이닝은 아니었지만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호투였다.
텍사스가 4-1로 승리한 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오늘 승리 수훈선수는 양현종”이라며 그에게 수훈선수 상징인 ‘카우보이 모자’를 씌워줬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나란히 경기 후 인터뷰에서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광현은 “많은 이닝을 소화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힘이 남아 있었는데…”라며 “위기 상황에서 점수를 적게 준 것은 만족한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양현종은 “오늘 내 투구는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한 뒤 “아직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