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애호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에서 ‘아바타: 물의 길’을 검색하면 흔히 볼 수 있는 후기다. 7차, 10차 관람까지 해 대사까지 다 외웠다는 반응부터 각 극장 특수관별 장단점을 상세히 비교해놓은 분석 게시글이 수백 건을 넘어설 정도다.
개봉 3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캐머런, 이하 ‘아바타2’)이 코로나19 이후 외화 최초 천만 영화 달성을 노리고 있다. ‘아바타2’의 흥행은 일본, 중국, 유럽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에서 그 열기가 특히 뜨겁다. 다른 국가가 기술 장비 부족으로 ‘아바타2’의 기술을 스크린에 온전히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선 4D, 3D 장비는 물론 고화질의 대형 스크린과 우수한 음향시설까지 갖춘 특수관이 다양한 덕이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국내 ‘빅3 영화관’이 발전시킨 특수관 상영형태가 작품과 만나 시너지를 낸다고 분석한다. ‘아바타2’의 영상미를 온전히 느끼고 체험하고 싶은 관객들의 수요를 기반으로, 특수관이 주축을 이룬 ‘N차 관람’(같은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하는 행위) 현상까지 관측된다.
IMAX·돌비·수퍼플렉스, 3사 특수관 함박미소
5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아바타2’의 누적 관객 수는 809만 3547명으로, 개봉 후 22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독주 중이다. 전작보다 빠른 흥행 속도로, 이른 시일 내 천만 달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4일 전 세계 최초 한국에서 개봉한 ‘아바타2’는 전작 ‘아바타’ 이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인 후속작이다. 전작 아바타는 국내에서만 1362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최고 흥행 영화 1위 기록한 작품. 후속작인 아바타2는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아바타2’ 개봉 후 지난 4일까지를 기준으로 극장 매출액(약 1004억 원)의 60.4%(약 606억 원)를 특수관이 벌어들였다. 누적 관객수 점유율을 기준으로 해도 특수관의 비중이 49.7%로 절반에 가깝다.
국내 ‘빅3’ 영화관들이 운영하는 특수관은 2~3배가 넘는 좌석판매율로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CGV 관계자는 “지난달 29일까지 좌석판매율을 분석한 결과, 일반관의 좌석 판매율이 25.5%를 기록한 반면 4DX 83.1%, IMAX관 70.6%, 템퍼시네마 75.4%, 스트레스리스관 59.7%에 달했다”고 전했다. 특히 CGV가 운영 중인 IMAX는 ‘아바타2’의 누적 매출액 점유율(일반 상영관 포함)이 11.2%(약 112억 원)로 전체 극장에서 운영하는 특수관 통틀어 선호도가 가장 높다. IMAX 및 4DX의 가격이 2만 원대 후반으로, 평균 티켓값인 1만 1000원의 2배가 넘는 비싼 가격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이다.
메가박스가 운영 중인 돌비시네마는 ‘아바타2’ 개봉 전(12월 1일~12월 13일)과 비교해 개봉 후(12월 14일~12월 27일) 좌석점유율이 867% 증가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 역시 “12월 기준 수퍼플렉스 PLF관의 좌석 판매율은 일반상영관보다 13.4%p 높아졌고, 수퍼4D관은 36.1%p, 수퍼S는 14.8%p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
각 극장 수치를 종합하면 (이하 멤버십 회원, 1인당 티켓수 기준)CGV에서 ‘아바타2’를 N차 관람한 관객들이 9.4%, 메가박스에서 7.6%, 롯데시네마에서 8.2%다. CGV 관계자는 “10회 이상 관람한 고객들도 1000명 중 1명꼴로 기록됐다”고 귀띔했다.
한국에서 유난히 ‘아바타2’의 인기가 높은 것 역시 특수관 종류가 다채로운 상영 형태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바타2’에 참여한 존 랜도 프로듀서는 “한국의 4D 및 스크린X 상영관을 체험하면서 제작 단계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한국의 상영 혁신 기술이 ‘아바타’ 같은 콘텐츠와 결합했을 때 ‘이 영화 봤어’란 말이 ‘이 영화 경험했어’로 바뀔 것이라고 본다”고 감탄한 바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티켓값이 올라 극장에 지갑을 여는 관객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지만, 가격만큼 극장에서 경험할 ‘영화적 체험’을 중시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며 “웬만한 영화들을 OTT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이를 분석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경험할 수 없는 최상의 음질, 최대 규모의 스크린, 다양한 콘셉트로 극대화한 영상미를 보여줄 수 있는 특수관의 호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