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과 우승 다퉜던 아마추어 1인자...필리핀 첫 '메이저 퀸'

US여자오픈 연장 끝에 하나타오 나사 꺾고 정상
만 19세 11개월 17일 박인비 최연소 우승과 동률
2019년 필리핀 대회 때 박성현과 막판까지 우승 다퉈
로리 매킬로이는 사소에 "트로피 따내라" 응원
고진영, 박인비 공동 7위..이정은 공동 12위
  • 등록 2021-06-08 오전 12:02:00

    수정 2021-06-08 오전 12:02:00

유카 사소가 US오픈을 제패한 뒤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Darren Carroll/US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여자골프 메이저 대회 최대 규모의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달러·우승상금 100만달러)에서 만 19세 신예 유카 사소(필리핀)가 새 챔피언으로 등극하며 스타탄생을 알렸다.

사소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 레이크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2오버파 73타를 쳐 합계 4언더파 280타를 기록했다.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공동 선두에 올라 연장전에 돌입했다.

US여자오픈 연장전은 9번과 18번홀에서 경기 후 2개 홀의 성적을 합산해 우승자를 가린다.

1차 연장에선 둘 다 이븐파를 기록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사소는 18번홀에서 버디 기회를 잡아 나사를 압박했으나 퍼트를 놓쳤다. 승부를 내지 못한 두 선수는 다시 9번홀로 이동해 서든데스 방식의 2차 연장에 들어갔다.

사소는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2.5m에 붙여 나사를 압박했다. 먼저 퍼트한 나사의 공이 홀을 벗어났고, 사소는 버디 퍼트를 홀에 넣어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새로운 US여자오픈의 챔피언이 된 유카 사소는 이날로 만 19세 11개월 17일이 돼 2008년 박인비(33)가 세운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2001년 6월 20일 출생으로 일본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소는 필리핀 국적의 선수로는 지난 2004년 칙필 A 채리티 챔피언십과 2005년 SBS오픈에서 우승한 제니퍼 로살레스에 이어 LPGA 투어에서 두 번째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그는 앞으로 새로운 골프인생을 열 수 있게 됐다. 2019년 프로로 전향해 주로 일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어온 사소는 우승으로 곧바로 LPGA 투어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사소는 우승 뒤 LPGA 회원 가입을 완료해 5년 출전권을 받았다. 상금랭킹과 레이스 투 CME 글로브 포인트 순위도 적용된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아시아 여자골프 무대를 휩쓸어온 유망주로 국내 골프팬들에겐 박성현(28)과 우승을 다퉜던 아마추어 선수로 기억에 남아 있다. 2019년 필리핀여자골프투어 더 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박성현과 우승 경쟁을 펼쳤다. 이 대회에서 박성현이 우승했고, 사소가 준우승했다.

166cm의 크지 않은 체구지만, 박성현도 놀랄 장타력을 갖췄다. 드라이버샷 평균 260~270야드 정도를 쳤다. 경기 뒤 박성현은 “드라이버샷은 나보다 더 멀리 칠 때도 있었다.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치지 못했는데 나보다 훨씬 낫다”고 사소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유카 사소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주름잡고 있는 2000년생 선수들에겐 더 익숙한 이름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의 임희정(21), 유해란(20)과 겨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당시 한국 여자골프는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을 노렸으나 사소의 활약으로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프로 전향 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뛰며 2승을 거둔 사소는 LPGA 투어 직행으로 패티 타와타니낏(태국) 등과 차세대 여왕의 자리를 두고 경쟁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마지막 날 4라운드 그리고 연장전에서 보여준 뒷심과 두둑한 배짱은 한국 선수 못지않게 강한 인상을 남겨 앞으로 우리 선수들과의 우승 경쟁도 예고했다. 사소는 4라운드 2번(파4)과 3번홀(파3)에서 연속으로 더블보기를 하며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1위를 달리던 렉시 톰슨(미국)과 격차가 벌어져 포기할 법했지만, 경기 막판 16번과 17번홀(이상 파5)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기어코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1차 연장 18번홀(파4)에선 2타 만에 그린에 올려 버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퍼트를 길게 쳐 쉽지 않은 거리의 파 퍼트를 남겼다. 반드시 넣어야만 승부를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사소는 이 퍼트를 넣으며 승부를 계속 끌고 갔다. 두둑한 배짱과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빛났다. 위기를 넘긴 사소는 이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부사 기질까지 보이며 우승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까다롭게 세팅된 난코스를 공략하는 기술과 치밀한 전략, 승부욕과 과감함, 마지막 순간까지 차분함을 잊지 않은 평정심으로 만들어 낸 우승이었다.

호쾌한 스윙으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비교되는 사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매킬로이로부터 “트로피를 따내라”는 응원을 받았다. 사소는 우승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해냈다. 로리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매킬로이도 “이제 모두가 사소의 스윙 영상을 유튜브로 볼 것”이라며 축하했다.

이번 대회에선 난도 높은 코스 탓에 마지막 날까지 언더파로 경기를 끝낸 선수가 공동 4위 메칸 캉(미국)과 펑샨샨(중국)까지 5명에 불과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렉시 톰슨(미국)은 이날만 4타를 까먹어 연장에 합류하지 못하고 3위에 만족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선 이 대회 3번째 우승을 노렸던 박인비와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이 합계 1오버파 285타를 쳐 공동 7위에 올랐다. 이정은 공동 12위(2오버파 286타), 김세영(28) 공동 16위(4오버파 288타), 김효주(26) 공동 20위(5오버파 289타)로 대회를 마쳤다.

유카 사소가 필리핀 선수 최초로 US여자오픈을 제패하자 팬들이 필리핀 국기를 펼쳐 보이며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Robert Beck/US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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