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도쿠라 "SK와서, 이런 야구도 있구나 처음 배웠다"

  • 등록 2010-07-18 오전 4:48:33

    수정 2010-07-18 오전 11:29:13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인터뷰를 할 때 자연스럽게 자세를 고쳐 앉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인터뷰 하는 사람의 진심이 가슴으로 전해질 때다.

SK 투수 카도쿠라는 시종 일관 진지하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그의 말에선 SK와 김성근 감독, 그리고 SK 선수들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통역을 통하지 않더라도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가 전해지는 듯 느껴졌다.

전성기를 지난 뒤 밟은 한국 야구 무대다. 그러나 카도쿠라는 화려한 경력의 여느 외국인 투수보다 더 큰 힘을 팀에 보태주고 있다.

그 원천은 ‘인정’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국 야구를, 그리고 SK의 야구를 인정하고 그것과 하나가 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 진심이 카도쿠라에게 제2의 야구 인생을 열어준 것은 아닐까. 그리고 카도쿠라는 그런 자신을 만들어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갖고 있었다.

▲ 사진=SK 와이번스

-2010년 재계약을 원하신 이유가 김성근 감독님의 영향이 크다고 하셨는데 카도쿠라선수에게 있어서 김성근 감독님은 어떠한 존재인가요? (조종기)

▲"나의 스승이시고 또한 아버지 같은 분이다. 나를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일본에서 뛰던 마지막 시절 야구가 너무 싫어졌었다. 미국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내게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주셨고 다시 야구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셨다." 

- SK가 일본리그에 진출한다면 몇위 정도 할까요? (조종기)

▲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팀에 있는 세키가와 코치님과도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세키가와 코치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작년에 일본구단에서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일본에 가시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종기)

▲"글쎄.. 어려운 질문이다. 감독님은 카리스마가 있고 행동력이 대단한 분이다. 일본에서 볼 수 없는 지도자 스타일이다. 감독님이 일본 팀을 맡으시면 과연 어떤 팀을 만들어 놓으실지 나도 참 궁금하다." 

- SK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에서 가장 훈련을 많이 하는 팀이라 합니다. 많은 훈련량에 대해 외국인 선수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조종기)

▲"아무래도 투수들의 훈련량은 야수만큼 많지는 않다. 분명한 건 외국인을 떠나서 SK의 훈련량이 지금의 팀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SK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또 승리에 대한 갈망을 가슴에 품는다. 그것이 팀으로서 SK가 이겨나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SK는 훈련을 많이 하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어중간하게 하는 것이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단련하면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을 갖고 된다. 모든 선수들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강하다. 어떤 상황에서건 모두 나가려 한다. 다쳤다 해도 마찬가지다. SK 선수들은 부상에 강하다. 물론 트레이닝 코치님들이 잘 해주시는 것도 있겠지만." 

- SK를 ‘일본식 야구’ 라고 정의 내리는 팬과 전문가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이다영)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볼 때 SK 야구는 한국 일본 미국이 믹스된 야구 같다. 김성근 감독님은 두수 앞을 내다보고 대비하는 팀을 만드셨다. 지금까지 이런 야구를 접해보지 못했다. SK에 와서 ‘아, 이런 야구도 있구나’하는 걸 느꼈다. 

- 박경완 선수를 흔히 SK 전력의 반이라 합니다. 한.일 양국 모두를 경험해본 선수의 입장으로서 박경완선수에 대한 평가는? (조종기)

▲"머리가 정말 좋은 포수다. 프로에서 15년을 뛰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현명한 포수라고 생각한다. 또 투지가 대단하다. 부상을 안고서도 매일 경기에 나선다. 정말 대단하다. 나이가 좀 젊었다면(웃음) 다른 리그에서 뛰며 경험을 쌓았다면 어땠을까 무척 궁금하다." 

- 제2의 전성기라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한국에서 보이고 있는데 특별한 비결과 남다른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김종찬)

▲"작년에는 아무래도 처음 한국 야구를 접하다보니 타자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올해는 경험이 쌓이면서 타자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됐다. 이 타자가 무얼 노릴 것인지에 대한 느낌이 있다. 또 포수로 박경완이 앉아 있는 것도 여기에 힘을 보태준다."
▲ 사진=이데일리 SPN
- 계속 SK에 남아주실거죠?(주강호)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건 SK에서 내가 힘을 발휘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 뿐이다. SK의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 그 이후에 무엇이건 결정을 하겠다." 

- 한국에서 계속 선수생활 하신다면 혹 경험해보고 싶은 팀이 있으신지요.? (전병현)

▲"생각할 수 없다. 이런 감독과 코치, 선수들과 적으로 만나서 싸운다는 것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투수와 타자 1명씩도 뽑아주세요.(김성욱)

▲"김광현은 내 마음 속의 넘버 원 투수다. 타자들은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김재현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김재현은 타석에 들어섰을 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선수다. 뭔가 꼭 해줄 것 같은 설레임을 갖게 한다. 대단하다. 물론 다른 팀에도 좋은 타자가 많다. 그러나 내가 인정하면 지고 들어가는 기분을 갖게 된다. 한국에는 좋은 타자들이 정말 많다는 건 분명하다." 

- 구종 던지는 법 등등에 대해 SK의 다른 투수들에게 비법 전수를 해주고 계시는지요?(이종순)

▲"기술적인 조언은 많이 하지 않는다. 다만 투구 버릇 등이 눈에 띄면 그 부분은 자주 이야기해주는 편이다." 

- 간혹 불펜 투수로도 등판한다. 선발 투수로서 부담스러운 일은 아닌가(기자)

▲"그런건 전혀 없다. 1군 무대에서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던질 수 있는 날 던지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냥 감독님이 나가라고 하시면 나가서 던지는 것이 투수의 임무다. 몸에 부담이 되거나 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차이라면 깨끗한 마운드에 서느냐(선발), 지저분해진 마운드에 서느냐(불펜은) 정도다."


- 카도쿠라 선수 베스트프렌드가 같은 용병인 글로버 선수라고 햇는데 글로버 선수는 어떤 사람인가요? 정말 부끄럼쟁이 인가요?( 강소라)

▲"글로버도 나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 한국 야구를 모두 경험했다. 나와 같은 길을 걸은 선수다. 뭔가 공감대를 갖고 있다. 키가 둘 다 크다는 것도 그렇고. 작년엔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글로버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올해는 내가 도움이 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SK에는 외국인 투수가 두명이 있지만 실제로는 한명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 

- 기아 로페즈선수 사태에 대해서 같은 외국인용병선수의 입장에서 공감하시는 부분은? (조종기)

▲"로페즈 선수는 지난해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는 잘 안 풀리고 있다. 때문에 스트레스가 무척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구인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 만약 일본에서 다시 스카웃 제의가 온다면 가실 건가요? 은퇴는 SK에서 하실 건가요 아니면 일본에서 더 뛰고 싶으신가요? SK팬으로서, 오래 남아주셨으면 싶어서 드리는 질문이예요^"^(이지현)

▲"일단은 미래의 일 보다는 지금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중 일은 나중일 뿐이다. 지금에 충실하고 싶다. 나중의 일에 대해 생각하는 건 팬과 구단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 

- 현재 일본에서 유학중인 학생입니다. 일본에 있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편하게 야구를 할수 있는 시설이 많이 있다는 것과 생활체육으로서 누구나 쉽게 야구를 접할수 있는 점 입니다. 가토쿠라 선수가 한국에 2년 동안 있으면서 느꼈던 한국의 야구환경, 그리고 야구실력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실수 없으신지요?(김정일)

▲"일본과 한국 야구의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구장 환경, 락커룸이나 구장의 질을 보면 세세한 것이지만 차이가 많이 난다. 선수들이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더 좋은 기량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일본은 선수들에게 그런 작은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아쉬움이 있다." 

- 외국인 선수로써 타국의 리그에서 활동할 때 현지 적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유지은)

▲"즐기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식도 즐긴다고 생각하고 요즘은 운전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즐기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 포크볼을 많이 던지시는데 부상의 염려 없이 던질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신현섭)

▲"직구 던지는 느낌으로 던진다. 직구와 같은 방식으로 던질 뿐이다.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부상에 대한 위험이 있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내게 포크볼은 다른 선수들이 커브나 슬라이더를 던지는 감각과 똑같다." 

- 포크볼이 특기인데, 이 번 캠프 때 김성근 감독님이 직접 새로운 포크볼을 가르쳐줬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 던지던 포크볼과 그립이나 던지는 방법이 어떻게 다르고, 스피드나 각도를 비교하면 어떤가요?(민윤기)

▲"포크볼 잡는 그립에 대해 배웠다. 감독님께서 내가 잡는 그립보다 더 깊숙히 잡고 당기면서 던져보라고 조언하셨다. 손가락이 짧은 선수라면 좀 무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엔 잘 맞았다.

포크볼은 특수한 구종이다. 떨어지는 감만 잡으면 제구가 가능하다. 감독님이 알려주신 그립은 승부구로 던진다. 승부구는 볼 카운트가 2스트라이크 이후라던가, 확실히 상대를 제압해야 할 때 쓴다. 타자가 치려는 의식이 강하게 있을 때도 그렇다. 그 순간에는 박경완과 눈이 마주친다. 사인도 나오지만 서로 눈이 오가면서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있다." 

-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음식이나 문화면에서 이런 점은 충격이었다 하는것은?(박주용 강보흠)

▲"순대는 정말 못 먹겠다. 다른 건 거의 다 잘 먹는다. 한국 음식은 모두 맛있다. 문화는… 재미있다고 느낀 것이 한국 사람들은 확실히 빨리 빨리 하는게 있다. 운전도 걷는 것도 빠르다. 엘리베이터도 그렇다. 일본은 엘리베이터 열리면 내리는 사람이 먼저다. 하지만 한국은 서로 먼저 움직인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 KIA전에 김성근감독님과 마운드에서 통역 없이 일본어로 대화했었잖아요. 대화 내용이 궁금합니다. 꼭 알려주세요! ^^ (곽새미)

▲"쿠세(버릇)가 보인다고 하셨다. 투구 폼에 대한 어드바이스도 들었다." 

- 아들도 야구 선수인 걸로 아는데 아들에게 해줄수 있는 코치가 있다면 뭔가요? (정두형)

▲"야구는 7,80%가 괴로움으로 채워져 있다. 그 힘든 것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하다. 그걸 넘어서지 못하면 승리도 할 수 없고 승리의 기쁨도 맛 볼 수 없다. 야구라는 괴로운 여정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 롯데의 턱돌이 홍성흔, 조성환 SK의 턱돌이라 할수 있는 카도쿠라 선수 진짜 넥센의 턱돌이. 이 네분이 올스타전에 출전해 턱 퍼포먼스를 펼치는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ㅋㅋ (김명희)

▲"(크게 웃으며)싫다. 하고 싶지 않다." 

- 본인의 외모중 '턱'을 가지고 팬들이 우스갯소리로 '카턱'이라고 하는데 본인은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덕행)

▲"어떻게 불러 주셔도 상관 없다. 팬들이 이름을 붙여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인기가 있다는 뜻 아니겠나." 

- 카도쿠라 선수! 경기 끝나고 힘들고 피곤하실텐데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시던데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저는 일본어를 못해서 그러는데;;; 혹시 한국말로 질문을 한다던가 댓글을 달면 보실수 있나요? (김은영 김은실)

▲"블로그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한글은 읽을 수 없어 아쉽다. 일본어로 글을 남겨주신다면 감사하겠다. 가끔 번역기를 통해 일본어로 글 남겨주시는 분들이 있다. 감사하긴 한데 번역기를 통하면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안되는 문장들이 많다."
 
(주) 위 질문 내용은 '네이트 스타 인터뷰'를 통해 받은 네티즌들의 궁금한 사항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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