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에 우승트로피 바친 스롱 피아비 "드디어 꿈 이뤘어요" 눈물

  • 등록 2022-06-27 오전 1:51:07

    수정 2022-06-27 오후 9:48:27

스롱 피아비가 프로당구 LPBA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PBA 사무국
[경주(경북)=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캄보디아 스트롱’ 스롱 피아비(32·캄보디아·블루원리조트)는 몸이 편찮은 아버지, 어머니에게 직접 우승 트로피를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스롱 피아비는 지난 26일 경북 경주시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2~23시즌 개막전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LPBA(여자부) 결승전에서 이미래와 풀세트 접전을 펼친 끝에 세트스코어 4-3(11-9 10-11 11-0 11-1 9-11 3-11 9-4)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스롱 피아비는 지난 시즌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에버콜라겐 챔피언십@태백’에 이어 프로당구서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은 특히 어떤 우승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부모님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이룬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캄보디아의 가난한 시골마을 캄퐁참에서 태어난 스롱 피아비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부모님을 따라 감자농사를 도우며 지냈다. 그러던 중 2010년 국제결혼을 통해 남편 김만식씨를 만나 한국에 오게 됐다.

스롱 피아비는 남편을 따라 우연히 찾아간 당구장에서 3만원짜리 큐를 잡으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소질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고 큐를 처음 잡은 지 10여년 만에 최고의 여자 당구선수로 우뚝 섰다.

스롱 피아비는 “엄마 아빠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는 것이 오랜 꿈이었는데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며 “이런 순간이 올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롱 피아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부모님을 한국에 모셔왔다. 한국에 시집온 뒤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건강이 안 좋은 부모님에게 건강검진을 받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검진 결과 아버지가 심장이 안좋아 시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오른쪽 눈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스롱 피아비는 “아버지가 일을 하다가 늘 힘들다고 하셔서 나이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며 “한국에서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모님은 몸이 편찮은 가운데서도 스롱 피아비 곁에서 힘을 줬다. 스롱 피아비는 “캄보디아에서는 머리에 물을 뿌리면 행운이 들어온다고 믿는다”며 “경기 전에 아빠가 좋은 말을 해주면서 물을 뿌려주셨다. 저도 물을 많이 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이어 “아빠가 마치 감독님처럼 잔소리를 많이 해줬는데 그게 너무 재밌었다”면서 “아빠 엄마와 함께 하는 게 대회를 치르는데 전혀 부담되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스롱 피아비의 아버지 찬 스롱 씨는 “우리 딸이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니 너무 기쁘고 뿌듯하다”며 “당구 선수로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한국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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