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희, 女핸드볼을 부탁해

20세이하 대표 최고참… '우생순' 재현 기대
  • 등록 2010-07-20 오전 7:35:53

    수정 2010-07-20 오전 7:35:53

[조선일보 제공] 벌써 2년 전이다. 2008년 8월 21일 베이징올림픽 여자 핸드볼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노르웨이에 졌다. 28대29, 1점 차였다. 선수도 울었고 보는 이들도 울었다. 그때 TV로 경기를 보며 더 서럽게 울던 선수가 있다. 당시 18세로 '10대 괴물'이라 불렸던 유은희(20·사진)였다.

유은희는 인천여고 2학년 때 이미 성인 국가대표 마크를 단 기대주였다.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법한 체구(키 1m78, 체중 72㎏)에서 나오는 강한 슈팅이 주무기였다. 전문가들은 "10년에 한 번 나올 재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은희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무릎 부상도 있었지만 국제 무대 경험이 부족했다. 당시 최종 엔트리 15명 중 30세가 넘은 선수는 5명이나 있었다. 팀의 주축 오성옥과 골키퍼 오영란은 나란히 36세였다. 18세 유은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누가 노장(老將)들의 감동을 이을까'라고 걱정했던 것도 당연했다. 대학·일반부 통틀어 성인 등록선수가 150여명에 불과할 만큼 한국의 핸드볼 환경은 척박했다.

2009년 12월에 세계선수권대회는 한국의 시험 무대였다. 대표팀 16명 중 베이징에서 뛰었던 선수는 5명뿐이었다. 그나마 몇명 있던 '스타급' 선수들이 은퇴한 탓이었다. 평균 나이는 24.3세, 노련미 부족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예상은 달랐다. 유은희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고 성인 대표팀에 합류하며 공수(攻守) 양면에서 팀을 이끌었다. 한국을 6위까지 올랐다.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인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은 "유은희를 통해 한국 핸드볼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고 말했다.

유은희가 이끄는 미래는 지난 17일부터 광주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20세 이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19일 B조 예선 3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35대32로 이겼다. 3연승으로 조 선두에 올랐다.

유은희는 주니어 팀의 최고참으로 한국의 대회 첫 우승을 노린다. 한국은 은메달 3번, 동메달 4번에 그쳤다. 유은희는 언니들이 일궜던 '우생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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