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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SDS(018260) 임직원의 연봉 협상은 예년과 달랐다. 종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모바일을 통해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블록체인으로 전자서명을 기록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중앙 컴퓨터 대신 분산된 여러 컴퓨터에 기록하고 공동 관리하는 기술로,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삼성SDS 관계자는 “블록체인으로 임직원의 인증·서명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문서의 공신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미래 기술’로 불리던 블록체인이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필수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백신 여권(백신 접종 증명서)’부터 연말에 나올 국내 첫 디지털 신분증인 ‘모바일 운전면허증’까지 최근 관심사의 뒤에는 블록체인이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든 덕분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유용성에도 가상자산(암호화폐) 이슈에 발목이 잡혀 확산 속도가 더디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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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분증’ 시대 온다
SK텔레콤(017670)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블록체인 시범사업의 하나로 라온시큐어, 아이콘루프, 코인플러그 등과 협력해 연내 위조가 불가능한 백신 접종 증명서를 담을 수 있는 앱을 내놓는다. 현재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쿠브’ 앱 외에 다른 앱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삼성SDS와 드림시큐리티(203650) 역시 외국에 거주하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종이 서류 없이 편리하게 증빙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비대면 국민연금 수급권 확인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모두 블록체인 기반 분산 신원확인(DID) 기술이 적용된 방식이다. DID는 스스로 개인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로, 한 번 인증으로 다양한 기관의 서비스를 추가 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예술 작품 거래에도 활용되고 있다. 카카오(035720)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는 암호화폐 지갑 ‘클립’에 블록체인 기반 원본 보증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이 적용된 예술 작품을 판매하는 NFT마켓을 열었다. 이곳에서 배우 하정우의 NFT 작품은 지난 1일 5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제작해 한정 판매하는 사업까지 추진될 정도로 NFT 열기는 뜨겁다.
“반도체 이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야”…암호화폐 부정적 이미지 악영향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는 블록체인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30억 달러(3조5070억원)였던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매년 67.3%씩 커져 오는 2025년 397억달러(46조409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박근덕 서울외대 교수는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 IBM, CVS헬스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DID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뛰어들고 있다”며 “한국도 반도체를 이어갈 미래 먹거리로 보고 DID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암호화폐 이슈와 결부되면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활용이 위축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마존 등은 암호화폐·블록체인 전문가를 고용하려하는 반면 국내에선 부정적 인식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준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합의된 정책 방향이 마련되지 못해 블록체인 기술개발과 활용이 장기간 시범사업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블록체인은 육성하되, 암호화폐는 규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도 “(블록체인 기업이) 대단위 자금 조달을 하려면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어렵다”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