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독점 깨고 전기요금에 원가 반영…기대반 우려반(종합)

인수위, 시장 중심 전력산업 개편 예고
美처럼 전력판매시장 경쟁 구조로 개편
원가 반영해 전기요금 결정하는 구조로
산업계 숙원 반영됐지만 요금·물가 부담
“민영화 우려 있어 정책 과속하지 말아야”
  • 등록 2022-04-28 오후 6:10:36

    수정 2022-04-28 오후 9:03:10

[이데일리 최훈길 장병호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전(015760)이 독점한 전력시장을 개편하면서, 전기요금 원가 반영 원칙을 확립하기로 했다. 미국처럼 시장 상황에 기반한 전력 판매, 전기요금 결정 구조로 전력산업을 개편하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이데일리DB)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예고한 것으로 에너지업계 숙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이르면 하반기부터 전기요금도 오를 수 있어 물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전 민영화 논란도 넘어야 할 난제다.

한전 적자에 칼 빼든 인수위…전력산업 개편 시동

인수위 경제2분과는 28일 서울 통의동 기자회견장에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에너지 믹스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 △신성장 동력으로서 에너지산업 △튼튼한 자원안보 △따뜻한 에너지전환 등을 담은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앞서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이 지난 12일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한 이후 후속정책 발표다.

이날 경제2분과가 새롭게 발표한 것은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 부분이다. 인수위는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시장 기반으로 적극 추진하고,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구조 확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인력을 강화하고,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요금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도 원가에 따라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 중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물가 안정 등을 우선 추진하면서 인위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막았다. 당장 요금 인상은 없어 가계부담은 줄었지만, 결국 누를수록 나중에 ‘요금 폭탄’이 터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 결과 한전 적자는 수 조원으로 불어났다.

박주헌 인수위 전문위원(동덕여대 교수)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관행을 그대로 놔두면 한전의 적자 폭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지속 불가능하다”며 “전기 가격은 원가에 입각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다음 정부에선 꼭 지켜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도 (적자난 관련) 자구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이 4조7303억원에 달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아울러 인수위는 한전 독점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다양한 수요관리 서비스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선진국의 경우 벤처 에너지 기업들이 에너지 관리를 하지만 우리는 한전의 독점적 전력시장 구조”라며 “PPA(전력구매계약) 허용 범위를 확대해 독점 시장을 완화하면 신생 기업이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정책 과속 없이 충분히 국민의견 수렴해야”

하지만 당장 원가 중심으로 가면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최근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에, 그동안 눌러왔던 요금 인상분까지 겹칠 수 있어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3월보다 4.1% 상승해, 10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원가 중심으로 바로 가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물가부터 잡겠다’고 해놓고 오히려 물가를 올리는 정책을 쓰는 격이 된다.

게다가 전력판매 시장마저 개방되면 전기요금이 더 오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전력시장이 개방되면서 다양한 에너지 기업이 출현했지만, 전기요금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익을 내야 하는 에너지 기업들이 한전처럼 적자를 내면서까지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 독점에서 벗어나고 원가를 반영하는 구조로 가는 방향은 맞지만, 물가를 당장 잡겠다면서 이 같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건 모순된 행보”라며 “제대로 된 로드맵 없이 즉흥적 발표를 하면 민영화 논란만 커질 수 있어, 정책 과속 없이 충분히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8일 발표한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 (자료=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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