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테리어와 가구·가전업계가 코로나 불황속에서도 호황을 이어오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을 고치거나 분위기를 바꾸려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고, 불편하고 오래된 가구·가전을 이참에 새로 바꾸려는 이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급격히 증가한 ‘집 꾸미기’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오다 보니 일부 지역의 인테리어 공사나 인기 가전 구매는 최대 한 달간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지난해 인테리어에 3조 7000억 소비
28일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지난해 국내 대표 집꾸미기 업체 6곳(한샘·이케아·오늘의 집·현대리바트·모던하우스·까사미아)의 소비자 결제 금액을 추정한 결과 3조 7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은 만 20세 이상 내국인의 신용·체크카드, 계좌이체 등을 토대로 표본 조사해 산출했다. 지난 2019년 추정 결제액(2조 4086억원)보다 무려 1조 3000억원 가량(53.6%) 증가한 수치다.
단기간에 급증한 집꾸미기 수요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시공 인력 확보를 걱정할 분위기다. 신규 공사 계약은 계속 늘어나는데 공사를 진행할 시공 케파(capacity·수용능력)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의 한 리하우스 대리점 대표는 “요즘 시공 인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계약 이후 공사까지 넉넉잡고 2-3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며 “시공 가능 스케줄에 고객이 원하는 날짜까지 맞추려다 보면 여기서 1~2주일 정도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 같으면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시공인력을 뽑으면 되는데, 최근에는 시공 단순 인력들이 배달업계(배민 라이더스·쿠팡맨)로 분산돼 구인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길어진 집콕 생활에 가사 노동을 줄일 수 있는 가전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한 식기세척기, 음식물처리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95%, 800% 급증(이달 26일 기준)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가사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부들 사이에서 ‘3대 이모님’ 중 하나로 꼽히는 ‘식기세척기’는 밀려드는 주문 수량에 구매 후 상품을 받기까지 유통 채널에 따라 최대 한 달은 기다려야 할 정도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위생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물을 100도로 끓여 만드는 LG전자의 스팀 가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창원 공장을 풀 가동하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 역시 코로나 여파에 따른 해외 공장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과 제품을 실어올 선박 확보 등의 문제로 고객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까사미아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모듈형 소파 ‘캄포’는 지난 여름 재고 물량 부족으로 아예 일시품절이 될 정도였다. 당시 구매는 밀려드는데 중국에서 소파를 생산하고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이 지연돼 일부 구매 고객은 2~3달 뒤에나 제품을 받았을 정도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현재는 재고 물량을 확보해 1~2주 정도면 제품을 받아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인기 타입 유닛은 그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테리어 가구업계 호황은 최소 2~3년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콕족 증가에 따른 특수는 사실상 올해까지로 보고 있다”며 “이후에는 수요가 평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 부동산 규제에 따른 노후 주택 증가로 당분간 인테리어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