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6.10포인트(1.44%) 하락한 2464.00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전장보다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에 개장해 장중 2.31% 급락한 2442.46까지 내리기도 했다.
특히 이날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088억원어치를 순매도 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3027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이날 하루 만에 현물주식과 선물을 합쳐 7000억원이 넘는 매물 폭탄을 던졌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402억원, 168억원어치를 받아낸 덕분에 폭락 장세는 막았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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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강달러 현상 등으로 국내 시장의 매력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정치 불확실성까지 불거지면서 국내 신인도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40원대를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기준 전일보다 7.2원 오른 1410.1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크게 출렁였던 가상화폐 시장은 계엄 해제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전날 계엄령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50분께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30% 가량 폭락한 8800만원선까지 내렸다. 이에 해외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들이 더 싸게 거래되는 ‘역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기도 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1.23% 오른 9만 6700달러대를 기록하며 낙폭을 회복했다. 업비트에서는 1억 3545만 4000원에 거래 중이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 수익률은 마이너스(-) 7.71%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8%, 32% 이상 상승했다. 다우존스지수도 18% 이상 올랐다. 아시아 주요국 지수인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17.99%), 중국 상해종합주가지수(14.58%), 인도 니프티50(12.59%)의 올해 수익률과 비교해도 초라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정치 리스크가 금융시장 리스크로 전이되는 가운데 현재 채권시장은 국가신용등급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최대 악재로 경계하고 있다”며 “현 상태로는 외국인 수급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이 치솟은 만큼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회피 심리가 부각 될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펀더멘탈(기초체력) 측면에서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가 특히 정부가 최근 추진했던 밸류업 정책의 진정성에도 데미지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심리는 정치적 이슈보다는 결국 경기 펀더멘탈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된 지난 2016년 12월 초 이후 외국인 중심 순매도가 나타났으나 권한 정지 기간 중에는 오히려 매수세가 발생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모두 상승했다. 탄핵 결정 이후에도 외인 순매수에 따른 증시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탄핵의 경우 주가 영향이나 외국인 순매수 추이는 부정적이나 장기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결국 경기 사이클에 수렴하는 양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