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는 달리 중간 간부 인사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하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이른바 ‘패싱(passing)’ 논란으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커진 검찰 인사 갈등 사태 수습을 위해 주요 정권 수사팀장들을 유임하는 등 갈등의 소지를 없앤 것으로 풀이된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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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2일 전보 16명 등 총 18명에 대한 고검 검사급(부장·차장 검사) 인사를 발표한 가운데, 주요 정권 수사팀장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조직의 안정과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하면서도, 검찰 개혁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며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인사 규모 및 구체적 보직에 관해 대검과 충분히 소통하며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이상현 형사5부장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이 모두 유임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각각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권상대 공공수사2부장, 이동언 형사5부장도 모두 유임됐다.
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한동훈 검사장 처리 방향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도 자리를 지켰다.
이와 관련 이날 오전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검찰인사위원회에 참석하던 길에 기자들을 만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대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사건의 수사팀과 중앙지검 보직부장들의 현 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사직으로 발생한 공석을 채우고 임의적인 ‘핀셋 인사’를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즉 중간 간부 인사와는 달리 윤 총장 측의 의견이 사실상 거의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신 수석이 지난주 이틀 간의 휴가를 끝내고 이날 복귀해 ‘문재인 대통령에 거취를 일임한다’며 사실상 사의를 철회하면서 박 장관과 청와대가 이번 검찰 중간 간부 인사 만큼은 윤 총장 측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줄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신현수 수석이 복귀 조건으로 사전에 이번 인사를 두고 타협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위 간부 인사와 달리 이번 인사에서는 윤 총장 측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박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당분간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친정부 성향 검사들의 영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 윤 총장 징계 과정에 앞장 선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부임설과 함께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의 영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동은 없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검찰 개혁을 적극 옹호해 온 임은정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의 대검 감찰과장 승진설도 나왔지만 승진은 없었다. 다만 임 연구관에겐 검찰청법 제15조에 근거해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해 수사 권한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