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10일 낮 12시께. 삼각지역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38)씨는 출근길에 ‘운좋게’ 교통 전면 통제를 피했다. 용산 국방부 청사 인근으로 대통령 탑승 차량·경호 차량들이 이동하기 전 경찰이 미리 교통흐름을 딱 막으면서 도로 위 차들은 멈춤 상태로 대기해야 했다. 이날 비슷한 시각 온라인 커뮤니티엔 “원효로 삼각지 교통통제 하는 거 맞죠? 바빠 죽겠는데 20분째 차가 서 있네” “삼각지역에서 10분 동안 버스 안에서, 하아…” 등 교통통제를 원망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비단 이날로 끝날 일이 아니다. ‘용산시대’를 연 윤석열 대통령이 적어도 앞으로 한달 동안은 서울 서초동 자택과 용산 집무실을 오가며 ‘출퇴근’할 예정이어서다. 경찰은 수차례 모의실험 결과 ‘과도한 시민 불편은 없다’고 판단했지만, 피해를 입었다고 여기는 시민들은 벌써부터 부글부글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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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교통통제로 인해 이 일대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측은 아침저녁으로 7km 거리를 10분 안팎에 주파한다는 계획이지만, 국방부 앞 삼각지역과 녹사평역 앞 편도 2차선 도로는 상습 정체 구역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혼잡이 예상된다. 앞서 경찰은 세 차례에 걸쳐 출퇴근 교통 통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시민들에게 과도한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구간별로 시간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동시간만이 아니라 경호상의 이유로 앞뒤 여유 시간을 더해 교통통제가 이뤄지는 까닭에 시민들이 체감하는 통제 시간은 더 길다. 이 일대 교통체증은 ‘나비효과’처럼 시내 인근 도로까지 영향을 미친단 점에서 파급력도 상당하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동하고 가장 바쁠 때인 출퇴근 시간대에 윤 대통령이 이동한다면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상습 정체구역에서 한두 번만 통제한다해도 2~3배의 교통정체는 기본으로 늘어난다”면서 “꼬리 물기라든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시간은 더 지연될 수 있다. 한곳이 막히면 동맥경화처럼 인근 도로까지 번져서 막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광화문 일대에서 용산으로 이동할 집회·시위도 교통체증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구간들은 지금도 상시 교통체증 구간이기 때문에 집회로 인해 도로 점유가 이뤄질 경우 교통체증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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