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소장 "북한 인권유린·일본 전쟁범죄는 처벌 불가능"

방한 국제형사재판소장 국내 언론 인터뷰
"ICC 관할 아닌 탓…김정남 피살 사건도 못다뤄"
  • 등록 2017-04-04 오후 5:19:19

    수정 2017-04-04 오후 5:19:38

실비아 페르난데스 국제형사재판소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안에 마련된 공간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대법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실비아 페르난데스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4일 “북한의 인권문제는 ICC의 관할이 아니라서 다루지 못한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이날 한국을 찾아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행위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ICC가 다루는 사건은 전쟁범죄와 반인륜범죄, 집단학살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해당 범죄가 ICC 당사국의 영토에서 발생했거나 혹은 범죄자의 국적이 ICC 당사국 소속이어야 관할권이 생긴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북한은 ICC 당사국이 아니라서 그곳에서 발생한 사건을 담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가 사건을 ICC에 넘기는 방안이 있으나 외교적으로 해법이 필요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무산된다. 안보리는 지난 2005년 수단과 2011년 리비아에서 발생한 범죄의 책임자를 ICC로 넘긴 적 있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ICC 가입국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연합과 중남미의 90%가 ICC 당사국”이라며 “그러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 가운데 당사국은 삼 분의 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말레이시아도 당사국이 아닌 탓에 현지에서 발생한 북한 김정남 피살사건 처리를 ICC에서 담당하지 못하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방한을 끝내고 말레이시아에 가서 당국자와 만나서 대화할 예정”이라면서도 “말레이시아는 당사국이 아니라서 ICC가 그 사건을 다루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일본군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일본에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ICC의 설립 근거인 로마규정 탓이다. 1998년 전 세계 120개국이 찬성한 로마규정은 2002년 7월 발효했다. ICC는 발효 이후에 발생한 범죄만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차 세계대전 전에 발생한 일본의 전쟁범죄는 대상이 아니다. 그는 “시간 관할이 명시돼 있어서 소급 적용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전 세계 120여 개국이 당사국이다. 한국은 2003년 국회 비준을 거쳐 정식 당사국이 되고 두 명의 재판관을 배출했다. 송상현 변호사가 2003년 재판관에 임명돼 2009~2015년 ICC 소장을 지냈고 정창호 재판관은 2015년부터 활동 중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나라는 당사국이 아니라서 한계가 있다.

페르난데스 소장은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ICC 제8차 고위급 지역협력 세미나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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