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세르비아서 친푸틴 정권 연임…‘유럽 분열’ 우려

오르반 헝가리 총리·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재집권
오르반 "젤렌스키는 극복해야 할 '적대자'였다"
부치치 "러시아와 공조해 '안정성' 도모할 것"
  • 등록 2022-04-04 오후 6:12:09

    수정 2022-04-04 오후 9:17:28

[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서방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는 와중에 유럽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헝가리와 세르비아에서 친러 정권이 재집권하면서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사진=AFP)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헝가리 총선과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친러 성향의 정권이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알렉산드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끄는 여당 피데스(Fidesz)와 기독민주국민당(KDNP) 연합은 이날 치러진 대선에서 야당 연합을 큰 표 차이로 따돌렸다. 오르반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해 2026년까지 집권을 연장했다.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당은 약 135석으로 전체 의석수인 199석에서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득표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지만 2012년 오르반 정부가 개정한 선거법에 따라 압도적인 의석수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오르반 총리는 승리 연설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승리를 이뤘으며 이는 달에서도, 브뤼셀에서도 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벨기에 브뤼셀은 유럽연합(EU) 집행본부가 위치한 곳이다. 지난 12년간 언론·사법부 통제, 사회적 소수자 억압, 반이민 정책 등 권위주의적인 행보로 ‘리틀 푸틴’이라고 불리며 EU와 각을 세워온 빅토르 총리가 자신의 승리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이 극복해야 했던 ‘적대자’였다면서 자신의 친러 성향을 분명히 했다. 대러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의 경제 제재 대부분을 지지하지만 직접적인 비판과 제재는 회피해왔다. 이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빅토르 총리를 “유럽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푸틴을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칭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같은 날 세르비아에서도 친러 성향의 알렉산드르 부치치 대통령이 59.8%의 득표율을 거두며 결선 투표 없이 재선을 확정했다.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도 여당인 사회진보당(SNS)이 크게 승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치치 대통령은 선거유세에서 세르비아의 전통적인 우방국인 러시아와의 유대를 공고히 해 국가 ‘안정성’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러시아 기업들은 세르비아 가스 저장 시설 등 에너지 부문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으며 투르크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통해 세르비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통제하고 있다. 이에 부치치 대통령은 러시아를 규탄하는 국제연합(UN) 결의안은 지지하면서도 EU의 대러 제재에는 국익을 침해한다며 참여를 거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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