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연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 韓 관객에 대한 보은이죠"

피아니스트 최희연, 3일 기자간담회
코로나19에도 독일 오가며 녹음 작업
"현재 17곡 녹음..2023년 완료 목표"
  • 등록 2021-11-03 오후 6:33:30

    수정 2021-11-03 오후 6:38:5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은 개인적으로 큰 업적이고, 아티스트로서 가치있는 작업이에요.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에게 보은한다는 의미가 가장 커요.”

피아니스트 최희연(사진=PRM)
3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최희연(서울대 교수)에게 베토벤 전곡 녹음이 갖는 의미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최희연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된 피아니스트다. 2002년부터 4년에 걸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시리즈’ 이후 그에게 붙여진 애칭이다.

이후 수 차례 해외 공연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은 최희연의 이름 석 자 앞에는 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과분한 애칭”이라고 말하는 최희연은 자신을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만들어준 한국 관객들에게 보은하기 위해 앨범을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고, 2015년부터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폭풍’(17번), ‘발트슈타인’(21번), ‘열정’(23번) 등 베토벤 소나타 세 작품이 담긴 새 앨범 ‘베토벤-더 그레이트 소나타’는 최희연의 두 번째 베토벤 소나타 연주 앨범이다. 3년 전에는 데카 레이블로 ‘베토벤 소나타 18, 26, 27, 30번’ 앨범을 냈다.

이번 앨범은 독일 레코딩의 명소인 텔덱 스튜디오에서 프로듀서 마틴 사우어, 베를린 필하모니 전속 조율사인 토마스 휩시와 함께 작업했다. 코로나19로 국가간 이동이 힘든 상황에서도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두 차례 녹음했다. 최희연은 “전작이 베토벤 소나타 중 내밀하고 섬세한 작품들을 담았다면, 이번 앨범은 격정과 환희, 극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최희연은 현재까지 32곡의 베토벤 소나타 가운데 17곡의 녹음을 마쳤다. 내년에 두 차례 더 녹음하는 등 2년 안에 32곡 전곡 녹음을 마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희연은 “남아있는 곡들 중에는 4~5곡 의 가벼운 작품이 포함돼 있어 한결 수월할 것 같다”면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2023년까지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 작업을 끝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6세에 인천시향과 협연으로 데뷔한 최희연은 초등학생 시절 비창(8번)을 연주한 뒤 베토벤에 푹 빠졌다고 한다. 단호한 성격, 노력파인 점이 베토벤과 닮은 것 같다고 밝힌 그는 “베토벤은 나에게 숙제이자, 숙명이고, 축복”이라면서 “베토벤의 음악은 ‘이젠 됐다’. ‘이뤘다’는 느낌을 주지 않아 평생 놓지를 못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최희연은 오는 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앨범 발매를 기념해 리사이틀을 연다. 이날 공연에서는 앨범에 수록된 ‘폭풍’, ‘발트슈타인’ 두 곡과 22번 소나타, 31번 소나타를 연주할 예정이다. 3년 만의 국내 리사이틀을 갖는 그는 “한국은 제자들이 많아 공연하기 가장 부담스러운 곳”이라면서 “객석에 앉은 제자들이 심사위원처럼 두 눈 부릅 뜨고 지켜볼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살 떨리고 긴장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피아니스트 최희연(사진=P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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