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엔 경찰로 살지 말길"…용산서 정보계장 사망에 경찰들 '침통'

입건된 용산서 정보계장, 11일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이태원참사 후 보고서 삭제·회유 혐의
경찰 '사기 저하'…"용산서 떠나고 싶어해"
  • 등록 2022-11-11 오후 5:36:52

    수정 2022-11-11 오후 5:59:51

[이데일리 이용성 조민정 기자] ‘이태원 참사’와 관련, 안전사고 발생 우려를 담은 내부 정보보고서를 삭제토록 지시했단 의혹으로 수사 받던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 계장 정모(55) 경감이 숨지자 경찰 내부는 침울한 분위기다.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사진=연합)
11일 오후 용산경찰서엔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용산서 소속 한 경찰 관계자는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은 전반적으로 통감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굉장히 침통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비난과 압박감에서 오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사기가 다 떨어지고 있고, 다들 용산서를 떠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경찰 내부망엔 정 경감을 애도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경찰은 “얼마나 괴로우셨느냐. 우리네 ‘경찰 살이’가 참 서글퍼진다”면서 “우리 수뇌부들을 왜 제대로 말을 못하느냐. 이태원 지역 축제의 안전사고 책임자는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이라고 했다. 이 글엔 “직무에 충실하고 인간적인 동료였는데 애처롭다”, “다음 생에는 경찰관으로 살지 마시길” 등과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위원장은 “용산서 직원들이 감찰과 별개로 심적으로 전부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앞서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날 오후 12시45분쯤 정 경감이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사망한 채 가족에 의해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 경감은 핼러윈 축제 때 이태원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를 경고한 내부 보고서를 참사 후 삭제토록 직원들에 회유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아왔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7일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을 비롯한 정 경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이 ‘해당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회유한 정황이 나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 경감은 피의자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었지만, 아직 소환조사 일정을 통보 받은 단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특수본은 전날까지 보고서를 작성한 용산서 정보관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한 상태였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용산서 전 정보계장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며 “경찰공무원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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