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이젠 웃돈주고 빌린다…달러와 신세 '역전'

원화자산 수요 증가로 스와프레이트↑
외국인 재정거래 유인 사라져
  • 등록 2020-09-22 오후 5:15:13

    수정 2020-09-22 오후 5:15:13

사진=AFP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이젠 달러를 맡기고 원화를 빌리려면 웃돈을 줘야 한다’. 최근 외환(FX)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보다 원화가 귀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달러표시 자산보다 원화 자산 선호도가 더 높아지면서부터다.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화자금시장에서 1개월물 외환(FX) 스와프 레이트(Swap Rate)는 0.051% 수준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화와 원화를 한달간 바꿀 경우 한 달 뒤 원금에서 0.051%가 줄어든 돈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즉 우리나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를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다. 달러 구하기가 힘들었던 지난 3월엔 1개월물 스와프 레이트가 마이너스(-) 4%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 채권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진데다 FX 시장에서 달러보다 원화가 더 귀해진 수급 영향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화자금시장은 외화를 빌리는 대차(貸借)시장이다. 조달 비용을 나타내는 스와프 레이트는 달러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쓰인다. 달러를 맡기고 원화를 빌릴 때 적용되는 비용이 스와프 레이트인데, 스와프 레이트가 상승하면 원화를 빌릴 때 드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최근 달러에 대한 프리미엄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문홍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스와프 레이트 상승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대규모 자산 매입으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진 반면, 상대적으로 원화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 한 원인”이라며 “대형 기업공개(IPO) 등으로 수십조원이 움직이면서 은행에서도 원화가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스와프 레이트 상승으로 외국인들의 재정거래 유인은 거의 사라졌다. 보통은 원화를 달러화로 교환하려는 한국 투자자가 많아 외국인들은 달러를 빌려주기만 해도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1년물 스와프레이트는 -1% 수준으로 당시 1년물 국채 금리를 합하면 무위험 수익으로 2~3% 가량 수익을 냈다. 하지만 스와프 레이트 상승으로 이같은 재정거래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국채 금리가 선진국의 장기물 국채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재정거래 유인이 없다면 외국인의 캐리트레이드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캐리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거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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