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양도세 다 깎겠다는 추경호…세입기반 확충 비책 있나

법인세 인하·금투세 도입 유예·증권거래세 인하 등 약속
재정지출 소요 꾸준한데 연간 10조 이상 세수 감소 우려
녹록찮은 대외여건…민간 활성화 통한 세수증대가 관건
  • 등록 2022-05-03 오후 5:09:09

    수정 2022-05-03 오후 8:57:48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 수장을 맡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간 활성화를 위한 감세 정책을 예고했다. 기업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선순환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당장 올해 수 십조원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는 등 늘어나는 재정 소요에 비해 세입 기반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세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통과 등 앞으로 과제도 산적했다.

증세도 쉽지 않은데…법인세·양도세 등 줄듯

3일 국회에 따르면 추경호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와 서면답변을 통해 법인세 인하 의지를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고세율을 25%로 3%포인트 올렸는데 너무 과도하고 현재 4단계 과표구간도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각국이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정부에서는 법인세 인하가 유력한 상황이다. 추 후보자 역시 국회의원 시절인 2020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주식양도세 전면 과세(금융투자소득세)는 2년 유예하는 동시에 현재 대주주에게 과세하는 양도세 역시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냈다. 증권거래세도 인하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 과세 역시 제도 정비가 우선이라고 답해 유예의 뜻을 밝혔다. 종합부동산세는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문제는 잇단 세제 개편을 추진할 경우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법인세의 경우 추 후보자의 발의안을 적용할 경우 연평균 5조700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는 2020년 당시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가 있다.

종부세는 작년 약 6조1000억원, 증권거래세는 10조3000억원 정도의 세수가 걷혔다. 종부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를 절반으로만 줄여도 10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발생하는 셈이다.

새 정부에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도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른 소요는 계속 늘기 때문에 세입 기반 확충은 필수다. 정부가 올해 본예산 편성 시 작성한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의무 지출은 올해 301조1000억원에서 2025년 342조7000억원으로 40조원 이상 증가한다.

하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도입하려던 금투세 등이 미뤄지면서 당장 기댈 곳이 없는 형편이다. 추 후보자는 증세에 대해서도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세제·규제 완화로 민간 활성화·고용 창출 관건

추 후보자가 바라는 점은 경제의 선순환이다. 세제·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크면 법인세가 늘고 일자리를 만들면 소득세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그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도 “민간·시장·기업 중심 경제운용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저성장의 고리를 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대외여건이 만만찮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도 장기화 국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두 개의 불확실성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수출과 전(全)산업생산 증가율은 기존 시나리오에 비해 각각 5.1%포인트, 1.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수출·내수 부진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5%로 낮췄다. 정부도 올해 전망치(3.1%)의 하향 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경제 선순환을 통해 세입 기반을 확충하려면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야 하는데 현재 경제 여건이 불확실해 정부의 세제·규제 완화 노력이 효과를 볼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과 국세수입이 비례한다고 가정하며 지난해 국세수입(344조원)을 기준으로 한해 GDP가 3% 성장한다면 세수도 약 10조3000억원 늘게 된다. GDP 성장률이 1%포인트 꺾일 경우 세수는 3조4000원 정도가 줄어든다.

법인세 인하나 금투세 유예 등 세법 개정이 필요한 내용이 많은데 다음 주부터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 반대도 부담이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전날 청문회에서 금투세 유예 방안을 두고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했는데 다시 변경한다는 건 이를 부정한다는 것으로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부세나 주식 양도세 비중은 크지 않고 금투세 등은 아직 도입 전이어서 당장 세수에 큰 타격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새 정부에서 증세 추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책 추진을 통해 민간부문을 얼마나 활성화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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