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헌법재판소가 12·3 비상계엄에 대한 수사 기록을 일부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어떤 내용의 자료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변론에서 이와 관련 당사자 간 법리 다툼이 벌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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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별관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지난 8일 경찰청과 국방부 검찰단, 서울중앙지검 등 3곳으로부터 수사기록 인증등본 송부 촉탁에 대한 일부 내용을 회신받았다고 밝혔다. 기록 인증등본 송부 촉탁은 형사소송법 제272조에 의해 특정 사건에 대한 기록의 복사본을 요청하는 절차로, 헌재가 비상계엄에 대한 수사기록 사본 등 자료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천 공보관은 “송부 촉탁을 통해 제출된 자료의 구체적인 분량이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자료는 양 당사자 모두 열람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 국회와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서 해당 자료를 이미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법학계에서는 이 자료가 비상계엄과 관련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참고용으로 쓰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첫 변론기일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요소로 활용될 부분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권형둔 공주대 법학과 교수는 “(헌재가 확보한 이번 자료가) 계엄과 관련된 내용인 만큼 탄핵심판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는 공정한 재판에 차질이 생긴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면서 “첫 변론에서도 해당 자료를 기반으로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해당 자료를 열람했는지 여부와 내용이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에 별다른 답을 주지 않았다.
한편, 이날 천 공보관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의 심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대통령 측 대리인의 주장에 대해 “과거 사례와 비교해 특별히 빠르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천 공보관은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사건 접수 후 18일만에, 박 전 대통령은 사건 접수 후 25일만에 첫 변론 기일이 잡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사건 접수 31일만에 첫 기일이 잡혔다.
헌재는 여권의 압박에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를 개시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천 공보관은 “헌재는 독립적인 심판기관으로 심판정 밖에서 이뤄지는 여론전에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공정한 심판을 하고 있다”면서 “당사자가 절차 진행에 이의가 있다면 재판부에서 이를 면밀히 판단해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출입구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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