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여름휴가 때마다 집에서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돌려보면서 ‘집콕’ 휴가를 보냈다는 최모(27)씨는 최근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 쪽 해외여행을 알아보고 있다. 최씨는 “알아보니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긴 하지만 개의치 않고 무조건 떠날 생각”이라며 “2년간 참으면서 여행 경비는 이미 충분히 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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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으로 2년 넘도록 막혔던 하늘길이 ‘시원하게’ 뚫릴 조짐에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길고 긴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보이는데다 해외여행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출·입국 시 자가격리’ 조치가 풀리면서다. 지난달 21일부터 접종 이력이 있으면 7일 격리가 면제된다.
하늘길이 열리자 2년간 억눌려 있던 해외여행 심리가 폭발하면서 사람들은 발 빠르게 해외여행 예약 버튼을 누르고 있다. 직장인 김모(26)씨는 “자가격리 기간과 해외의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가지 못했었는데 거의 3년 만에 몽골로 여행을 떠나려 한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국내 여행 갈 수 있는 곳은 전부 훑어서 새로운 여행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의 제약이 사라진다는 소식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도 반갑다. 올 연말에 결혼식을 올리는 조모(31)씨는 “처음 결혼 계획을 잡았을 때는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갈 줄 몰라서 해외 신혼여행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서 상의해보고 적절한 신혼 여행지를 찾아볼 예정”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외여행 수요↑…“보복소비 성격…앞으로 더 증가할 것”
각종 홈쇼핑과 여행사에서 내놓은 해외패키지 상품에 대해 예약문의도 폭증하고 있다. 수요가 몰려 여행 상품 등의 가격이 뛰는 경우도 있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해외여행에 본격 시동이 걸리던 지난 3월 중순부터 참좋은여행(094850), 노랑풍선(104620) 등에 해외여행 문의가 늘면서 직전 2주 대비 예약 건수가 80% 넘게 증가했고, 홈페이지 방문자도 2배 넘게 늘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과 비교하면 예약률이 많이 높아졌다”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는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서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해외여행 수요가 보복소비의 일종으로, 앞으로 이 같은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동안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들이 폭발하며 보복소비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외여행을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층이 있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격리 조치가 사라지니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라며 “2년간 억눌려왔기 때문에 보복소비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무사히 다녀온 여행객들이 늘면 이 같은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