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지는 석유화학업계…'업사이클링 동맹' 확산

기계적 재활용 넘어 '폐자원 선순환 경제 구축' 활발
지자체·이종기업과 폐자원 재활용 연합
리사이클 망라하는 ‘에코 플랫폼 구축’도
단일소재 포장재 개발해 재활용 쓰임↑
  • 등록 2022-04-04 오후 4:55:15

    수정 2022-04-04 오후 9:18:36

SK지오센트릭 협력사인 ‘에코크레이션’ 인천 열분해유 생산공장에 쌓여있는 폐비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민 기자] 올해 들어 석유화학업계가 지방자치단체나 이종기업 간 협력을 통해 ‘폐자원 순환 경제 구축’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처럼 비교적 상태가 좋은 폐플라스틱만 선별해 다시 쓰는 ‘기계적 재활용’을 넘어 폐플라스틱에서 폐비닐까지 초기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이 전면에 등장하며 재활용 범위와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폐자원 순환 생태계 구축

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달 초 경기 시흥시, 시흥도시공사와 함께 관내에서 발생하는 폐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한 ‘자원 순환 체계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기존에 소각·매립하던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 등 폐자원을 깨끗한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게 LG화학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시흥도시공사가 운영 중인 생활 폐기물 선별장에 2023년까지 ‘폐기물 선별 공정 고도화’를 추진한다. LG화학은 이곳에서 나온 폐자원을 초임계 열분해 공장을 통해 재활용하고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한다. 동시에 폐자원을 재활용한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초임계 열분해 공장은 LG화학이 충남 당진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폐플라스틱 순환 경제’의 핵심 시설이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에 고온·고압 수증기를 가해 추출한 재생 연료로서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약 10톤(t)의 비닐·플라스틱 투입 시 8t 이상의 열분해유를 만들 수 있다. 이 공장은 연산 2만t 규모로 2024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그룹의 종합석유화학 전문업체인 SK지오센트릭도 올해 초 경기도 화성시, 친환경 소셜 벤처기업 수퍼빈과 손잡고 관내에 ‘자원순환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폐플라스틱과 캔 등의 분리 배출이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 일반 주거단지,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친환경 수거 스테이션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수거 스테이션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적용돼 오염된 쓰레기나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도 구분할 수 있다. SK지오센트릭 강동훈 부사장은 “매립·소각되는 폐플라스틱양을 줄 일 방안을 연구 개발해 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기업간 친환경 동맹도 활발

폐자원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해 지자체와의 협업을 넘어 이종기업 간 ‘친환경 동맹’을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달 말 hy(옛 한국야쿠르트)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기능성 재활용 합성수지 생산에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 hy가 만드는 야쿠르트 등 폐플라스틱 음료 용기를 금호석유화학의 합성수지 제품(PCR PS) 원료로 재활용하는 식이다. 고객이 사용한 용기는 물론,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한 불량 용기 역시 재활용 대상이다.

재활용을 통해 생산된 금호석유화학의 합성수지 제품은 국내 대형 가전 기업의 에어컨·냉장고·청소기·공기청정기 등의 신규 라인업 제품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호석유화학은 해당 가전업체와 제품 테스트를 최근 마무리했다.

LG화학은 CJ대한통운·이너보틀과 함께 폐플라스틱을 100% 재사용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다. 플라스틱 생산에서 사용 후 수거, 리사이클(재활용)까지 이르는 일종의 ‘에코 플랫폼’을 구축해 가동한다. LG화학이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사용된 이너보틀의 용기를 CJ대한통운이 회수한 뒤 다시 LG화학과 이너보틀이 원료 형태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달부터 애경산업의 대표 세탁세제 브랜드 ‘스파크(SPARK)’ 제품에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소재 포장재’를 공급하고 있다. 이 포장재는 SK지오센트릭과 애경산업이 ‘친환경 패키징 개발 및 플라스틱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지 1년여만의 성과다.

기존 복합재질로 만든 포장재는 나일론과 폴리에틸렌 필름의 다층 복합 소재로 제작돼 일반쓰레기로 소각·매립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단일 재질 포장지는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모두 가능하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글로벌 시류인 ‘탄소 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따라 전통적 석유화학 사업에서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친환경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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