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CC그룹은 정상영 명예회장의 3형제간 계열 정리가 끝난 상황에서 사업간 합치고 떼어내는 ‘지배력 강화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장남 정몽진 회장은 △KCC(건자재·도료·실리콘)를, 차남 정몽익 회장은 △KCC글라스(판유리·인테리어) △KAC(자동차용 유리), 삼남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건설)을 이끌고 있다.
우선 다음 달 1일 정몽익(차남) 회장이 자리한 KCC글라스는 자회사인 KAC를 흡수 합병한다. 합병 이후 존속법인은 KCC글라스이며 KAC는 소멸된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 9월 이사회를 열어 합병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정몽익 회장은 이번 합병을 통해 국내 최대 유리회사 출범과 함께 그룹 내 유리사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르게 됐다.
KCC글라스는 국내 판유리 시장의 50~60% 가량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 회사다. 이외에도 바닥재와 인조대리석, 홈씨씨 등 인테리어 관련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올해 1월 KCC에서 유리·인테리어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설립한 신생법인으로 인적분할 당시 KCC의 계열사였던 KAC가 자사회로 편입됐다.
현재 KCC글라스의 최대 주주는 정몽진(장남) 회장으로 지분 16.37%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정몽익(차남) 회장은 KCC글라스 지분이 8.8%에 불과하지만, KAC지분은 2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이번 흡수 합병에 따라 정몽익 회장은 KCC글라스 지분이 19.49%로 오르며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KCC글라스는 이번 합병으로 동종 업종간 사업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KAC가 생산하는 자동차용 안전유리의 경우 KCC글라스가 제조하는 판유리를 원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KCC글라스 관계자는 “건축용 및 자동차용 유리에 대한 원재료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 개선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몽진(장남) 회장은 KCC 내 실리콘 사업 부문을 떼어내 설립하는 자회사 ‘KCC실리콘’도 출범한다. 물적 분할 방식으로 분리됨에 따라 KCC가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이번 분할은 건자재·도료·실리콘·소재 등 KCC의 사업 중 실리콘 부문의 분리를 통해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업계에서는 KCC실리콘은 KCC의 계열사인 미국 실리콘 회사인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이하 모멘티브)’와의 합병을 관측하고 있다. KCC는 지난해 모멘티브 인수하고, 올해 1월 종속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모멘티브는 미국 다우코닝, 독일 바커에 이은 글로벌 실리콘 업체 3위로 꼽히는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KCC그룹이 형제간 계열사 정리가 끝나고 본격적인 분리 경영이 이뤄지면서 당분간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향후 KCC실리콘과 모멘티브와의 합병, 이후 상장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형제간 얽혀있는 지분 정리가 다시 한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