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정부가 대형 전기 승용차에 대한 친환경 인증 기준을 신설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기술 개발 촉진을 위한 새로운 규정을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제안을 통해 소비자 선택지를 늘리는 동시에, 대형급까지 다양해진 ‘고효율’ 국산 전기차에 세제 지원을 주는 묘책을 짜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충전중인 차량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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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전기차를 차급별로 세분화해 인증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내용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휠 베이스(자동차 앞·뒷바퀴 중심 축간거리) 3050㎜ 이상인 전기 승용차를 대형으로, 미만인 차량은 중형으로 구분한다. 대형 전기차는 에너지소비효율이 3.4㎞/㎾h 이상이면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중형은 4.2㎞/㎾h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 친환경 차 인증 기준이 차급에 상관없이 3.7㎞/㎾h 이상 효율을 내야 했던 것을 고려하면 중형 기준은 강화했고 대형 기준은 완화한 셈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차량은 △개별소비세 최대 300만원 감면 △개소세 감면 폭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최대 140만원 수준의 취득세 감면 등 세금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형급에 쏠린 전기 승용차 모델을 다양화하고 소비자 선택지를 늘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중형 전기차의 전비 성능을 높이는 기술 개발을 유도해 이용자 편의를 강화한다.
특히 국산 전기차가 대형급 모델에서 세제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대형 전기차 혜택 대상이 되는 차량은 현대차 아이오닉 9과 기아 EV9 등이다. 중국산 전기차 출시가 예고된 상황에서 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확보할 묘책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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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급 중에서는 가격 대비 효율이 낮은 수입 차량이 대거 친환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에너지소비효율이 3.7㎞/㎾h 이상으로 친환경 차 등록이 가능한 차량이 친환경 차에서 빠질 공산이 커지면서다. 테슬라 모델 X는 2965㎜로 중형 전기차에 속하는데, 전비 3.8㎞/㎾h(스탠다드 기준)로 제외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현대차 아이오닉 5 N, 기아 EV6 GT 등 고성능 전기차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 전기차 일부 모델이 제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중소형 전기차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는 구매 당시뿐만 아니라 친환경 차 혜택 등 유지 과정에서의 혜택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줄이는 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육성 및 보호하고 대형급까지 전기차 선택지를 늘릴 수 있도록 한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량 범위가 중형급에서는 줄었지만 대형급이 신설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수요 전반을 끌어 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제조사가) 전기차 성능을 꾸준히 개선해 소비자 편의를 늘릴 것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