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여론을 살피면서 기소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여론이 어떻든 법과 원칙에 따라 기소를 하는 게 옳다. 문제는 검찰이 19개월에 걸쳐 압수수색만 50여차례 하고 관계자 110여명 소환과 430여회 조사를 벌였는데도, 판사나 수사심의위원들을 납득시킬만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도,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한 것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소를 주장하는 측에선 수사심의위의 결론 자체를 문제삼기도 한다. 심의위원에 포함된 교사나 승려가 자본시장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졌을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심의위원 13명 중에는 해당 분야 교수를 포함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도 있었다. 심지어 한 두 표 차이로 결론이 난 것도 아니다. 10 대 3으로 불기소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검찰이 삼성과 이 부회장을 대상으로 19개월 동안 수사한 것이 문제인데도, 이들 여당 의원과 시민단체들에게서는 헌법이 규정한 평등권과 자유권의 인식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들의 막무가내식 주장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그럴 거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제도를 왜 도입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삼성의 위기 극복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삼성은 올 들어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잇따라 발표한 것은 물론 협력사, 스타트업 등과의 ‘동행’을 확대하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는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이 부회장의 결단력이 작용했다. 한국 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 분야 역량을 단기간 내 높일 수 있었던 것도 삼성의 도움이 컸다. 삼성전자(005930)의 2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 역시 이 부회장이 위기 대응을 위해 국내외 사업장을 종횡무진한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총수 공백이 생겨도 일상적인 경영은 유지되겠지만,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 추진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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