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대구에서 선착순 분양이 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을 반복해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 시장 한파가 이대로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시장 걱정이다.
| 대구 달서구 본리동 ‘달서 SK 뷰’ 아파트 투시도. (자료=SK에코플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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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본리동 ‘달서 SK 뷰’ 아파트는 최근 선착순 분양에 들어갔다. 선착순 분양은 청약 자격을 따지지 않고 모델하우스에서 바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이다.
현대백조타운을 재건축한 달서 SK 뷰는 1196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지난해 9월 청약 신청을 받았지만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 526가구 중 150가구가 미분양됐다. 이후 달서 SK 뷰는 무순위 청약(아파트 정당계약 이후 미분양·미계약 물량이나 당첨 취소 물량이 생기면 청약가점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청약 방식)을 네 차례 반복했으나 미분양 물량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
무순위 청약마저 실패하면서 이 아파트 시행사는 남은 20여 가구를 선착순 방식으로 분양하기로 했다. 해당 시·도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과 달리 선착순 분양은 주택 유무·거주 지역 등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수요층을 더 넓힐 수 있다. 다만 선착순 분양을 시행하게 되면 비인기 단지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게 부담거리다.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선착순 분양을 시행하려는 건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대구 분양 시장은 수렁에 빠졌다. 2월 말 기준 대구 시내 미분양 아파트는 4561가구로 1년 전(195가구)보다 20배 넘게 늘었다. 달서 SK 뷰를 포함해 달서구 본리동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나 남구 봉덕동 ‘힐스테이트 앞산 센트럴’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까지 선착순 분양을 해야하는 신세가 된 이유다. 2순위 청약마저 미달해 선착순 분양을 할 수 있는 단지 가운데 무순위 청약도 받지 않고 선착순 분양으로 직행하는 단지까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대구 분양 시장 상황이다.
앞으로 전망도 낙관하기 힘들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일으킨 공급 과잉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부동산 정보회사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대구에선 아파트 8만여 가구가 공급되는데 이 회사에서 추정한 적정 수요(3만6024가구)보다 4만가구 이상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은 “분양 시장이 개선되려면 그간 풀린 공급이 소화돼야 하고 집값 상승 흐름도 나타나야 할 텐데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