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아이 위해 수술 미룬 엄마…5명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자랑스런 엄마로 기억되길” 장기기증 결심
  • 등록 2024-02-26 오후 7:23:21

    수정 2024-02-26 오후 7:23:21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10살과 15개월 된 두 아이의 엄마인 4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해준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하진(42세)씨가 지난 1월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20년 뇌혈관의 내벽이 두꺼워지면서 일정한 부위가 막히는 뇌혈관 질환인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점점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지만,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기에 출산 후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 씨는 둘째의 첫돌이 지난 후인 2023년 12월에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수술 후 2주간 요양병원에서 회복한 후 퇴원을 했는데 지난 1월 17일 새벽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상으로 의식을 잃은 후 뇌사상태가 됐다.

이 씨의 남편은 이 씨가 생전에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어린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이 씨는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신장(좌?우), 간장, 폐장, 심장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이 씨의 남편 김동인 씨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고 인사를 전했다.

10살 아들 김민재 군은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엄마와 함께 마트랑 공원에 자주 놀러 갔던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차 타고 산소 갈 때 엄마 생각 많이 나요. 15개월 된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하늘에 천사가 되셨을 기증자와 숭고한 결정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증자를 통해 새 삶을 받은 다섯 명의 이식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주길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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