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못 돌려받을까 봐 안전하다곤 해도 꾸역꾸역 월세를 내면서 살고 있다. 솔직히 월세가 너무 부담인데 보증금을 떼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사회 초년생 직장인 B씨)
역전세가 급증하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이전에 없던 ‘역월세’까지 등장한데다 당장 현금이 없더라도 전세보단 월세를 선택하는 기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고금리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은 물론 전셋값까지 추락하며 2년 전 전셋값보다 보증금이 낮아진 역전세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전국에 만료되는 임대차계약이 대거 몰리면서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라도 반환보증금에 대한 저리 대출을 시행하는 등 집주인에게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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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이데일리가 직방에서 제공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년 전 평균 전셋값보다 하락거래가 이뤄진 역전세 계약은 지난해 11월 기준 2545건이었지만 이사철인 올해 2월에 들어서면서 2만건을 돌파해 석 달 만에 10배 가까운 폭증세를 보였다. 이사철 이후인 지난 3월에도 여전히 2만건대를 유지했으며 4월에는 1만 5000여건으로 소폭 줄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셋째 주까지 집계된 건수가 7000여건으로 5월 한 달간 약 1만여건에 이를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역전세 문제가 올 하반기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란 점이다. 당장 입주 물량을 포함한 매물이 이번 달부터 증가하면서 하반기엔 전셋값을 더 가파르게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분석한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 24일 기준 6만 4675건으로 1월 5만 513건보다 1만 4000여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역전세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문제가 내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연구원은 집값이 20% 하락하면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4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리서치법인 ‘광수네 복덕방’의 이광수 대표는 “전셋값이 하락하면 매도 물량이 증가할 수 있고 이런 상황은 올해 하반기부터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를 지나 2024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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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역전세가 고금리에 따른 주택거래 시장 침체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임대차 3법’이 역전세난을 불러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전·월세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졸속입법이 몰고 온 후유증 때문이다”며 “지난 2020년 7월 임대차3법 개정으로 당시 비교적 안정적이던 국내 임대차 시장에 급격하고 큰 충격파를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도 “역전세는 지난해 금리 상승 등으로 전셋값 급락 때문만은 아니다”며 “앞선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 시장이 왜곡돼 전셋값에 거품이 잔뜩 끼었던 것이 시장 침체로 터진 것이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교란하지 않으면서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보호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으로 ‘전세보증금반환 차액 대출’ 제도를 꼽고 있다. 임대인은 당장 반환할 보증금을 마련할 통로가 생기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떼일 위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집주인에 특례대출 등으로 자금 공백만 막아주면 역전세 충격을 줄일 수 있다”며 “물론 모든 임대인이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대출지원이라도 해주면 전세금반환이 가능한 집주인은 물론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임차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인위적으로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법을 최소화하면서도 국민 주거 안정화를 위해 해당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 지난 3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역전세 대란을 대비해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기 위한 대출을 받을 때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