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 8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신림동 및 상도동 반지하 주택에서는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에 침수 취약 가구를 ‘1대 1’로 지원하는 돌봄공무원 시스템이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수 조사를 통해 침수 위험 관리 대상을 늘이고,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시스템도 재정비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사진=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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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4년부터 침수취약가구를 대상으로 돌봄 공무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각 구청에서 침수에 취약한 가구를 선정해 공무원을 1대1로 연결해 관리하는 체계다. 돌봄공무원은 과거 침수피해가 있거나 안전취약계층 가구, 지하주택 밀집지역에 위치한 가구를대상으로 한다. 비가 오기 전에는 물막이판, 역류방지시설, 수중모터 등 시설을 정비한다. 집중호우 시에는 미리 확보한 긴급연락처를 통해 재난 상황을 알리고 대처 요령 등을 전해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한다.
문제는 이같은 시스템이 과거 침수 이력이 있던 곳을 중심으로 선정을 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올해 같은 폭우 및 침수 피해는 10년에 한번 있을 정도로 드물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일어났던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역시 돌봄공무원 관리 가구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전에 침수 피해가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매년 관리 대상자를 업데이트 하긴 하지만, 지정 기준이 기존 침수 피해가 있던 곳이어서 한번 지정을 하면 또 다른 재난이 오기 전까지 큰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1대 1로 관리를 하기 때문에 대상 가구가 많지도 않다. 이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 돌봄공무원 서비스는 2014년 9434가구에 6326명의 공무원에서 2021년 4170가구에 공무원 3523명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침수 예방 대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시 및 자치구가 매년 예산을 들여 물막이판 설치 등 침수방지 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개인이 직접 신청을 해야 하고, 이마저도 선착순이어서 조기로 마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서울시에 편성된 관련 예산은 110억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에서 수요 조사에 따라서 재난관리기금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도 “침수방지 시설 설치는 사유주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강제로 설치하기도 어려워 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침수 피해를 막는 것 만큼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대책 마련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성일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시설 증대는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침수시 물막이판 설치, 대피 방안, 돌봄 시스템 등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